<소설> 벤처기업 (53)

 나는 좀 당황하고 있었다. 아무리 작은 기업체의 사장이라고 해도 소위 회사대표가 전 직원을 모아놓고 조회를 하면서 그렇게 쌍스런 욕설을 입에 담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 일은 현실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컴퓨터 역사를 돌이켜 봅시다. 세계 최초의 컴퓨터는 에니악이지요. 이게 1만8천개의 진공관으로 구성된 것으로 무게는 30톤이고 부피는 덤프트럭만 했지요. 1946년에 개발되었소.』

 직원들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는 처음 듣는 말이었지만 다른 직원들은 사장이 하는 컴퓨터 역사에 관한 그 강의를 늘 들어 귀에 익었음을 알 수 있었다. 지루해하는 직원들의 표정에는 아랑곳없이 최 사장의 연설은 계속되었다.

 『그후 인텔사가 탄생하면서 인텔 4004 CPU가 개발되었는데, 이 용량이 트랜지스터 2천2백5개였소.』

 나는 입이 벌어져서 다물 줄을 몰랐다. 오늘날 펜티엄은 4백만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2천여개로 입이 벌어진 것이 가소로운 일이었지만 당시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인텔은 4004를 이용해서 「마이크로컴퓨터 시스템4」라는 이름의 마이크로컴퓨터를 개발했소. 이것 역시 그 무게나 규모는 에니악에 버금가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에니악보다 작았고, 성능도 뛰어났지요. 그러나 4004가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프로그램이 기록된 칩과 데이터 입출력 통로가 되는 칩이 다르다는 것이오. 그렇게 두 개의 메모리 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특이했소. 다시 설명을 하자면, 프로그램 칩은 CPU로서 마이크로프로세서 자체를 구동시키고, 입출력 통로는 외부로부터 불러온 데이터를 호출해 놓는 곳이지요. 인텔은 그후 트랜지스터 집적도가 4천5백개에 이르는 8비트 8080을 개발했소. 8080은 4004보다 스무 배나 빠른 연산속도를 냈지요. 좆같이 빠른 속도요.』

 갑자기 배용정이 나의 어깨를 툭 건드리더니 귓속말로 말했다.

 『사장이 십분 연설하는 동안 좆이라는 말을 몇 번 쓰는지 알겠나?』

 지금까지 세 번 들은 기억이 나지만 나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다섯번 나와. 앞으로 삼분 남았는데 그동안 두 번은 더 할거야.』

 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 정도로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배용정의 말은 틀리지 않았고, 사장은 남은 시간에 그 욕설을 두 번 더 하였다. 그 욕설을 뱉는 것은 그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인 듯이 보이기까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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