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52)

 『상호를 OCP라고 하니까 혹자는 OCE(동양기술전산)를 연상하는 모양인디, 그건 오해지라. 우리 역시 DEC(디지털이퀴프먼트)의 CPU 보드를 들여와서 조립 생산을 하고 있지만, 동양기술전산과는 다릅니다. 우리는 앞으로 인텔사의 8080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들여와 8비트 마이크로컴퓨터를 개발할 것입니다.』

 『이미 16비트가 개발되고 있는 마당에 겨우 8비트의 개발이라니, 대머리가 착각을 해도 한참 착각을 했군.』

 또 기술실 직원이 앉아 있는 구석에서 그런 말이 흘러나왔다. 목소리로 보아서 기술차장 이길주였다.

 『마이크로컴퓨터의 핵심인 마이크로프로세서의 내장 주변기기를 개발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과업이오.』

 그는 이제 흥분이 가라앉는지 서울 말씨를 쓰고 있었다.

 『컴퓨터 내장 기기란 인간의 내장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인데, 거기서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인간으로 말하면 심장과 마찬가지지요. 그걸 우리가 개발해 보자는 것입니다.』

 『조또, 기술이 있어야 개발하지.』

 이길주 차장이 말했다. 그 목소리가 커서 최 사장의 귀에 들렸다.

 『이길주 차장』

 최 사장이 그를 불렀다. 실내는 다시 물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이 차장은 아까부터 내 말에 불평이 많던데,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요?』

 이길주 차장이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최 사장은 대답을 기다리고 물은 말이 아니었다. 그는 전라도 사투리로 말했다.

 『내가 사장으로 보이지 않고 장돌뱅이로 보이지라? 내가 왜 이 자리에 앉아 있나. 좆빨려고 여기 서 있는 줄 안당께?』

 앉아 있던 여직원들이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보였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었다. 비서실의 김양희는 사장의 욕설에도 생글생글 웃으면서 바라보았다. 이길주 차장은 계면쩍은 표정으로 아무 말을 못하고 있었다. 사장은 그를 괘씸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리면서 말을 이었다.

 『우리와 한동안 제휴했던 일본 업체나 미국 업체 휴렛패커드는 컴퓨터 계측기 개발로 히트치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시대가 올 거요. 우리가 그것을 개발해야 되는 이유가 이 점에 있지요. 그만큼 상업성이 있으니까 개발하자는 것이지. 우리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좆빨려고 개발하는 줄 아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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