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대학에서 커리큘럼69를 토대로 전자계산학과를 설치했는데, 그 후에 광운공대에서 세웠고, 중앙대·동국대·홍익대에서 신설했소. 최근 서울대·연세대와 고려대도 가세했소. 학교에 들어가 배우려고 하오?』
『직장을 다니는 입장이라 들어가서 배울 수도 없지요, 뭐.』
『야간부가 있어요. 경기대 야간부에 전자계산학과가 있으니 그리 들어가 공부해도 될 거요. 좀 힘들어서 그렇지.』
들을 때는 한 귀로 흘렸지만 나는 다음 해 새학기 때 야간부에 입학하였다. 만화를 보고 있는 그에게는 귀찮은 일이었지만 컴퓨터에 대한 호기심이 일자 입을 다물 수가 없어 물었다.
『4년 동안 뭘 배우나요? 구체적으로 뭘 알아야 하죠?』
『각 대학의 전자계산학과는 대부분 미국의 커리큘럼69를 따른 것인데, 1학년은 교양과목 위주로 공부하고, 2학년은 코볼과 포트란 등의 프로그램 언어, 어셈블리어, 계산기 실습, 회로이론, 선형대수 등을 공부하지요. 3학년은 데이터 구조, 수치해석, 계산기 구조, 운용체계, 확률과 통계, 계산기 언어론, 계산기 회로, 회로망을 공부하고 4학년에서는 경영정보시스템(MIS), 시뮬레이션, 아날로그·하이브리드, 운용과학(OR) 정보이론 등을 공부해요.』
그의 말을 나는 모두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답답한 생각이 들어서 당장에 관련 책을 사다가 읽을 결심을 했다. 그래서 그에게 물었다.
『책으로 우선 공부했으면 하는데 권해 주실 책이 있나요?』
『책? 우리나라에는 읽을 만한 게 없소. 모두 미국이나 일본 원서요. 더러는 번역서가 있지만, 교재용으로 쓸 뿐이지요. 영어를 잘 알면 좋은 책들이 많다고 하는데 나는 영어가 짧아서 원서는 모르겠소. 외국어 서적을 파는 데 가면 관련 서적이 있을 거요.』
고등학교 다닐 때 영어 성적이 좋았다. 독자적인 영어 점수로 말하면 전교에서 일등을 하였다. 언어지각은 매우 발달했는데 수학 같은 셈은 엉터리였다. 산수를 못했기 때문에 상고의 필수과목인 주판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것은 은행에 들어가려는 나의 꿈을 망가뜨렸다.
내가 컴퓨터에 눈을 뜨기 시작하던 1978년의 봄은 실제 한국이 컴퓨터에 눈을 떠가는 시기와 거의 비슷했다. 76년부터 대기업에서 컴퓨터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미국과 일본의 컴퓨터회사와 합작 형식으로 회사를 세워 그들의 부품을 들여와서 조립했지만, 곧 욕심이 생기면서 국산 컴퓨터 생산에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고, 그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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