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40)

 『이게 뭐냐고? 사설 교환기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설치해 놓은 PABX(사설전자교환기)야.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이미 개발을 한 일이 있지만, 우리는 다른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해서 대기업에 보급하려고 하는 것이지.』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배용정은 다시 입을 열었다.

 『키스트에서 개발한 「노바 01호」는 메모 콜이라는 암호명으로 청와대가 주문한 극비 프로젝트였지. 이후락이가 북한에 왔다갔다 할 무렵에 그 정보의 보안과 내부자 비밀통화를 위해 개발이 착수되었는데, 그후 그것이 상품화되었어. 다시 말해 도청도 방지하고, 송수신자의 번호뿐 아니라 발신자 번호로도 전화를 걸 수 있고, 우선순위 통화 권리를 가지는 상급자가 하위권 통화자의 회선을 제어 또는 일방적으로 차단할 수도 있지. 상위권자가 하위권자에게 의해 불필요하게 호출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고, 최우선권을 가지는 상위권 통화자가 전국 어디서나 50명까지 동시에 호출해서 콘퍼런스 콜(음성회의)을 할 수 있으며, 콘퍼런스 콜 도중에 특정인하고만 통화를 원할 때 콘퍼런스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재개할 수도 있고, 단축 다이얼 기능, 선별호출 기능 등을 개발해냈네.』

 오늘날의 전자식 교환시스템을 생각하면 별거 아닌 것이었지만, 그리고 그러한 시스템은 상용이 되고 있는 현실이지만, 그때 나는 매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첨단 전자시스템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내가 컴퓨터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 것이 바로 그 신기한 생각에서부터였다. 이것도 잘 연구하면 기막힌 기적을 일으킬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컴퓨터나 전자시스템을 잘 몰랐던 나로서는 선배가 설명하는 이야기가 기적같이 들렸던 것이다.

 『그것 참 재미있군요.』

 배용정이 나를 힐끗 돌아보았다. 무엇이 재미있는지 묻는 얼굴이었지만, 나도 무엇이 재미있는지 알 수 없었다. 막연하게나마 미지의 세계에 대한 흥미일 것이다.

 『여기 지키고 있는 PABX는 대기업들이 우리에게 의뢰한 사설 전자교환장치인데, 테이프가 떨어지면 새 것으로 갈아주고, 기계가 중단이 되면 재작동을 해줘야 해. 양창성 선배와 자네, 그리고 나하고 4시간 교대로 일해야 해. 옆에서 양창성 선배가 하는 것을 잘 보았다가 따라 하란 말이야. 난 나갈 테니까. 양 선배, 이 친구 잘 부탁해요.』

 양창성이 그를 흘끗 쳐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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