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잘 마쳤습니다.』
『원숭이와 마주할 때 괴로웠을 텐데?』
원숭이란 허성규 실장을 두고 하는 말임을 알 수 있었다. 그를 보는 순간 나는 원숭이를 연상했는데, 그것은 그의 별명으로 굳혀진 것이다.
『괴로움이라니요? 그런 거 없습니다.』
『아니야. 원숭이는 괴팍해. 사람을 괜히 괴롭히는 가학성이라는 것 있지. 그것은 여자와 섹스할 때뿐만이 아니라 남자를 대할 때도 상대방을 괴롭히면서 고통스러워 하는 것을 보면 즐거워지는 거 있지. 그렇다고 그런 작태를 아무나 받아주지 않지. 그래서 우리 부실은 실장의 가학성 대상이 되어 있어. 그 한가지 예로…, 일러도 좋아.』
그는 배용정에게 시선을 보내면서 이죽거렸다. 배용정이 허 실장의 사람이라고 해서 하는 말이었다.
『우리들을 보면 돌대가리라는 말을 잘 쓰지. 그것도 일종의 학대성 발언이 아닌가?』
『저는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돌대가리란 말을 듣지 않았나 보군?』
『모르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옆방이 연구실인데 그곳에 들어가면 전화교환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어. 우리는 기업체로부터 의뢰를 받아 모종의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는 거야. 대기업 몇 곳으로부터 의뢰를 받았지. 자네는 SE(시스템 엔지니어)는 아니지만, 지키는 일은 할 수 있으니 들어가 봐. 배용정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를 가르쳐 주지 그래?』
『예, 그러죠.』
나는 배용정의 뒤를 따라 연구실이라는 방에 들어섰다. 그 안에는 각종 기기들이 복잡하게 들어 있었다. 소형 컴퓨터도 보였고, 한쪽에 IBM 것으로 보이는 대형 컴퓨터도 있었다. 그 앞쪽의 넓은 탁자 위에는 컴퓨터와 연결된 전화교환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 안에는 조금 전에 인사를 나눈 양창성이 앉아 있었다. 그는 옆에 만화책을 쌓아놓고 그것을 읽고 있다가 우리가 들어가자 얼른 내려놓았다.
『여긴 첨단이야. 전화교환 시스템이라고 하면 PCS(천공카드 시스템)를 연상할지 모르지만, 그건 옛날 일이야.』
『이게 뭡니까?』
그의 설명은 물론이고 기계를 아무리 보아도 알 수 없어 바보 같은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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