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36)

 『컴퓨터는 얼마나 만져 보았지?』

 『한 번 만져 보았습니다.』

 사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한 번 만져 보았다는 말이 그를 놀리는 것으로 들린 듯했다.

 『그래? 한 번 만져보고 컴퓨터를 안다는 것인가?』

 『그런 뜻이 아니라 컴퓨터를 모른다는 말씀입니다.』

 그는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하였다. 그냥 앉아 있을 때도 그의 숨소리가 크게 들렸다. 몸집이 비만하면 숨을 쉬는 데도 괴로운 듯했다.

 『어쨌든 좋아. 공부를 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어. 컴퓨터는 미래 문명의 핵심이 될 거야. 그런데 집이 목포라면 서울에서 하숙을 해야겠군. 거처는 정했나?』

 『정했습니다.』

 『열심히 하게. 선배들한테 배우고.』

 『예.』

 그때 여비서로부터 전화가 왔다는 인터폰이 울렸다. 사장은 몸을 젖히면서 수화기를 들었다. 그때 상대방이 누군지 그는 자세를 고쳐 앉으면서 전화를 받았다.

 『회장님, 먼저 인수하신 후에 상호를 바꾸어도 됩니다. 굳이 바꾼 다음에 인수하시기를 원한다면 제가 좋은 상호를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네. 그렇군요. 아, 네, 잘 알겠습니다. 아, 네, 잘 알겠습니다. 아, 네, 물론입죠. 아, 네, 아, 네. 아, 네.』

 그는 「네」라는 대답 앞에 거의 습관적으로 「아」 하는 감탄사를 넣었다.

 어색하다는 것을 본인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그 「아」를 붙임으로써 상대방을 즐겁게 해줄지는 알 수 없었다. 상대방의 말끝에 내뱉는 「아」 하는 감탄에는 상대방의 한마디 한마디가 감탄을 자아낼 만큼 존경스럽다는 의미가 은근히 내포되어 있었다. 최 사장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아, 네」를 수십 번 하고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양복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이마를 문질렀다.

 땀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 손수건으로 닦아내는 것을 보면 땀이 흐른다고 생각할 만큼 몸이 달았던 것이다.

 그는 나를 보더니 몸을 움찔했다. 전화에 온 신경을 쓰느라고 나를 의식하지 못하다가 처음 발견한 사람처럼 당혹해 하였다. 그는 손짓을 하면서 나가라고 했다.

 『나가 봐, 그리고 열심히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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