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34)

 『최영만 사장을 면접하기 전에 한 가지 당부해 둘 것이 있는데, 그는 마흔다섯 살이지만 머리가 벗겨지고 몸집이 뚱뚱해서 오십대 중반으로 보인다. 그에게는 세 가지 콤플렉스가 있는데, 첫번째는 늙은이 취급당하는 것을 싫어하고, 두번째는 대머리 놀림을 받는 것도 싫어해. 바가지 이야기만 나와도 자기를 비꼰다고 화내는 사람이니 조심해. 세번째 콤플렉스는 몸집이 뚱뚱한 것에 대해서 비관까지 하고 있지.』

 『그렇게 싫어하는 것만 있으면 어떡해? 좋아하는 것은 없어?』

 『여자를 좋아하지.』

 『쳇.』

 우리는 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바로 앞에는 불투명 유리로 가려 있고, 그 칸막이를 지나 들어가면 탁자 앞에 젊은 비서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몸매가 무척 가늘었다. 허리가 잘룩하고 키가 컸는데, 얼굴도 빼어난 미인이라서 모델을 연상시켰다. 우리가 들어가자 어딘가로 전화를 하면서 키득거리고 웃다가 정색을 하였다. 그녀는 다음에 이야기하자고 상대방에게 양해를 구하더니 수화기를 내려놓고 우리를 쳐다보았다. 우리라기보다도, 그녀의 시선은 줄곧 나를 쏘아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당돌하고 거만해 보여서 나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사장님 계시지요?』

 선배가 비서에게 물었다. 이 회사의 여직원들은 회사 안으로 들어오면 일단 사복을 벗고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유니폼은 웃옷이 하늘색 블라우스이고 아래는 검정 스커트였다. 허리는 희고 넓은 벨트를 매고 있었다. 블라우스 깃에는 파란 바탕에 희고 노란 방울무늬가 있는 머플러를 두르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비행기 여승무원을 연상시키는 유니폼이었다. 그녀의 가슴에 달린 명찰에 「비서실 김양희」라는 글씨가 보였다.

 『안에 손님이 와 계셔요. 잠깐 기다리세요.』

 김양희라는 비서가 한쪽 쇼파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우리는 그 소파로 가서 앉았다. 그곳에 앉으면 김양희 비서의 옆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옆모습은 더욱 예쁘게 보였는데, 더욱 인상적인 것은 목이 가늘고 턱이 뾰족하게 보이는 점이었다. 여자는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옷매무새를 매만지면서 가슴을 닫았다. 가슴을 풀어헤친 것도 아닌데도 불안스럽게 다독거려서 시선이 자연히 그녀의 가슴으로 갔다. 옆에 서 보니 그녀의 가슴은 불룩하고, 유니폼이 팽팽하게 당겨질 정도로 무게를 느끼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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