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9)

 배용정은 그곳이 왜 텍사스촌으로 불리는지 설명을 했다. 6.25전쟁 때 미아리 부근에 윤락가가 형성되었다. 주로 미군들이 그곳을 찾았는데, 텍사스에서 온 미군들이 많았다. 그들은 고향에 돌아온 기분을 내면서 그곳을 그렇게 불렀고, 그 이후에 그 윤락가는 텍사스촌으로 바뀌었다. 그러니까 전쟁의 부산물로 생겨난 환락가였다.

 나는 죄를 짓는 기분이 들어 매우 어색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다녀간 경험이 있어 자신만만했다. 일부 여자들이 나와서 호객을 했다. 그녀들이 팔소매를 잡아끌었지만, 배용정은 쉽사리 끌려가지 않고 이곳저곳을 다녔다. 호객하는 어느 여자는 나의 몸을 끌어안으면서 말했다.

 『오빠, 놀다가. 어딜 가나 마찬가지야. 그 구멍이 그 구멍이지 뭐.』

 나를 오빠라고 불렀지만 아무리 보아도 그녀는 나보다 훨씬 나이들어 보였다. 여자를 뿌리치는 데도 애를 먹었다. 그래서 그에게 말했다.

 『형, 어디나 마찬가지라는데 아무데나 들어가지 왜 그렇게 헤매요?』

 『가만 있어.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호객하는 여자를 만나고 그녀들을 뿌리치는 일도 재미있지 않니?』

 『나는 재미없어. 겁도 나는데 돌아갔으면 해.』

 『겁낼 것은 없어. 이 여자들도 다 같은 사람이야.』

 그러다가 그는 어느 가게로 들어갔다. 그곳에 있는 여자가 특별나게 아름답다든지 좋아 보여서는 아니었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여자들은 모두 비슷해 보였다. 얼굴이 좀 예쁘다고 해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지도 못했다. 아무리 아름다운 여자도 그 진열장 안에 있으면 천박하였다. 안으로 들어서자 여자들은 일제히 자리에 앉으면서 얼굴을 쳐들었다. 방안의 여자들은 세어보지 않았으나 대충 열 명은 넘었다. 그녀들은 우리가 선택해 주기를 바라는지, 아니면 그렇게 하도록 되어 있는지 고개를 쳐들었다. 어느 여자는 생끗생끗 웃으면서 눈짓을 보내기도 하고 어느 여자는 아주 피곤한 시선으로 바라보았으며, 또 어느 여자는 세상이 귀찮다는 듯이 시선을 돌리고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그녀들의 멍한 표정에서 나는 말할 수 없는 고독을 느꼈다. 그것은 쓸쓸함이기도 하면서 외로움이기도 했다. 그 공허감을 나는 안다. 그것은 마치 우리 집에 때거리가 없어 내가 고모 집을 찾아가서도 아무 말을 못하고 대문을 나설 때 느꼈던 그 외로움과 비슷할 것만 같았다. 그녀들의 외로움은 내가 느꼈던 것과 성질이 다를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같은 영역에 속했다.

 『이봐, 너도 하나 골라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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