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원래 다섯 가지 감각기관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여 분석하고 저장하며 이용하였다. 감각기관을 통해 받은 정보는 비계수적이었으나 문명의 발전과 함께 과학화·계수화가 가능해져 기계의 힘을 빌려서도 이용하게 되었고 이제 와서는 컴퓨터와 전기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정보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정보사회에서 정보는 어떤 통합된 체계의 자극으로 인간이 행동하기 위한 판단의 재료가 되는 자극으로서의 메시지 또는 통신시스템 내에서 처리되는 의미를 수반한 기호의 집합체라고 정의한다. 정보사회란 정보의 가치가 물질자원이나 에너지의 가치를 뛰어넘은 사회다. 즉 노동자의 대다수가 정보분야에 종사하며 정보가 산업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정보를 주고 받는 매개체가 미디어인데 이의 변천이 문화를 선도하였다. 직접적인 정보매체 언어에서 시작하여 글자와 인쇄술 및 통신기술이 발전하였고 방송·TV·신문 등의 매스미디어를 거쳐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무슨 형태의 정보이든 주고 받는 시대가 되었다. 지금의 정보통신기술은 그 변화가 너무 급격해 도무지 우리의 문화의식이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모두가 정보의 홍수 속에 노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런 정보들을 외면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지난 30여년간 경제성장 속도가 워낙 급격하였고 우리의 문화의식이 경제변화를 따라가지 못하였다. 그 결과로 얻은 거품경제로 고통을 겪는 일이 정보문화 속에서도 일어나지 않을까 염려된다. 언제나 기존의 문화에서 새로운 문화로 바뀌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문화는 수직적이고 전체중심적이며 우회적이고 감정적이라고 소더스 트랜드라는 서울대 방문 교수가 그의 수필에서 지적한 바 있다. 이같은 그의 진단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해도 기존의 우리 문화는 정보생산에 걸맞지 않고 객관적으로 얻는 정보에 따라 행동하지도 못한다. 이제까지는 컴퓨터로부터 어떻게 하면 최량의 정보를 끄집어내느냐 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경주해 왔다. 휴대폰 가입자가 이미 1천1백만명으로 늘어났듯이, 유행에 뒤지지 않아야 되겠다는 의욕이 더욱 강한 우리의 모습이다.
정보화 상품의 생산과 공급에만 급급해할 것이 아니라 정보소비를 어떻게 현명하게 할 것인가를 가늠해야 한다. 현명한 정보소비란 하나의 독립적인 정보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와 정보 사이의 유기적인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는 뜻이다. 윗사람의 뜻에 맞게 일을 처리하는 수직적 사고체계의 우리 문화에서 상사의 눈치를 보지 못하는 전자결재나 인터넷의 정보바다는 새로운 문화일 수밖에 없다.
그 많은 정보 중에서 취사선택하고 하중을 달리하는 일은 인간의 몫이다. 정보는 정보일 뿐이며 감정이 없다. 따라서 정보와 정보 사이의 유기적 관계정립과 새로운 정보의 도출은 논리적 사고와 합리성에서 나와야 한다. 정보와 정보 사이에는 유기적인 관계가 있고 이 유기적인 관계를 고려한 판단에 따라 우리의 행동을 결정해야 한다.
정보사회란 전세계를 하나의 지구촌으로 만들며 결국 동일한 문화 형성의 필연성을 갖는다. 익명끼리 모여 사는 시민사회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룰이 구축되어야 하는데 한국 시민사회는 신뢰감이 없어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할 수 없다고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역사의 증언」에서 주장했는데 이 신뢰할 수 있는 룰을 인정하지 않으면 정보사회란 더욱 요원하다.
룰이란 알고리듬의 골격을 이룬다. 경기규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스포츠가 스포츠일 수 없듯이 룰이 배제된 정보는 정보일 수가 없다. 감정이 없고 수직적 명령이 아닌 개개의 정보에 무게를 달리 주고 그 유기적 관계를 헤아리는 방법론은 어디에서 교육해야 할까.
정보화 수준을 어떤 기준에서 평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여러 가지 답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보기기의 생산량과 보급률 및 이용률 등의 제고로 정보화 수준을 따지기보다는 기술변화에 따라 우리의 생활방식뿐만 아니라 인간 자체가 변화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외적인 정보화와 내면의 문화 사이에 괴리감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정보사회에 적응하는 새로운 문화모델을 구상해보자. 그리고 수직적 사고체계에서 수평적 사고체계로 천이될 수 있는 교육개혁도 검토되었으면 좋겠다.
<대한전자공학회장·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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