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창간16주년] 세계 각국의 사이버입법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전자상거래가 갈수록 보편화하고 있다. 이같은 디지털경제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아 나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세계 각국은 사이버세계를 규율할 수 있는 각종 법률에 대한 연구작업을 벌이거나 관련 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전자상거래 및 디지털 경제에 관한 법·제도적인 뒷받침을 게을리 할 경우 향후 국가경쟁력이 약화될 뿐 아니라 새롭게 부상하는 디지털경제라는 세계경제 질서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이버법 관련 제정에 가장 앞서 가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디지털 서명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많은 주에서 디지털 서명법을 제정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최근 기술혁신에 의한 경제·산업구조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통일상법전(UCC)의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이곳에 제2B장 「소프트웨어 라이선스」편이 신설돼 주목된다. 미국은 이에 앞서 89년에 통일상법전 제4A편 「자금이체」편을 제정, 현재까지 미국 대부분의 주가 이를 제정법으로서 채택했다.

　미국의 사이버법에 대한 발전은 입법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학계 및 실무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돼 가고 있다. 미국내 주요 법과대학들은 현재 「사이버스페이스법」 강좌가 개설돼 있고 주요 법률사무소들도 사이버스페이스법 전담부서를 마련, 사이버스페이스와 관련된 법률분쟁들을 다루고 있다.

　독일에는 97년 8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멀티미디어법이 있다. 이 법은 원격서비스 이용에 관한 법률, 원격서비스에서의 데이터보호에 관한 법률, 디지털 서명법이라는 3개 법률의 제정과 형법, 질서위반법, 청소년에게 유해한 문서의 배포에 관한 법, 저작권법, 가격표시법 등 6개 법률의 개정을 포함하는 옴니버스법이다. 이 중 디지털서명법이 인터넷 등을 이용한 앞으로 경제거래의 법적 기초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사이버법 정비와 관련, 기본적으로 새로운 법률을 마련하기 보다는 기존법의 유추적용 내지는 개정을 통해 해결하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방문판매법 개정, 풍속영업적정화법 개정안 등을 들 수 있다. 현재 제정 검토중인 법으로는 아동포르노 처벌법과 전자화폐법 등이 있다.

　말레이시아의 사이버법은 전자인증제도에 관한 디지털서명법과 컴퓨터범죄법의 2개 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주목되는 것은 컴퓨터범죄법인데, 무권한자가 인터넷 등 컴퓨터 네트워크에 부정 액세스하는 것을 범죄로서 처벌한다는 게 골자다. 특히 국외범까지 처벌한다는 것을 명문화해 외국인이라도 컴퓨터범죄법의 요건에 해당하면 말레이시아 입국시 체포돼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전자거래법(Electronic Transactions Act, 1998)이 지난 4월 13일 입법예고, 6월 29일 통과돼 시행되고 있다. 동 법에서는 전자기록, 디지털서명 및 전자거래에 관한 규정들을 두고 있다. 동 법은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전자상거래모델법, 미국 일리노이주 전자상거래보안법 및 유타주의 디지털서명법 등을 주로 참조했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떠한가. 현재 국내에는 전자상거래와 관련해 「무역업무자동화 촉진에 관한 법률」을 비롯, 「공업 및 에너지기술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 「전산망 보급 확장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화물유통촉진법」 등이 있다. 이밖에 20여개 법률에 전자서명, 전자문서의 효력, 전자문서의 효력발생시기, 도달 등에 관한 개별규정을 두고 있다. 최근에는 현안이 되어 있는 전자상거래 분야에 있어 산업자원부가 전자거래기본법, 정보통신부가 전자서명법, 재정경제부가 전자자금이체법의 제정 준비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이 중 전자거래기본법(안)과 전자서명법(안)은 올해 7월과 8월에 각각 입법예고됐다.

　기타 전자상거래와 관련, 지적재산권법 및 조세관련법 등의 개정과 기존 전자상거래 관련 법령들의 통폐합도 논의되고 있다. 또한 민간기관의 개인정보보호법의 제정 및 소비자보호관련 법률들의 개정문제도 지속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다(도움주신 분-박진아 기술과 법연구소 선임연구원)

〈구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