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보인다] 첩보위성

 미국 정부는 최근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지난달 31일 북한이 발사한 비행 물체가 미사일이 아닌 인공위성이며 이 위성이 궤도진입에는 실패했다고 최종 발표했다.

 북한은 「인공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했으며 광명성 1호로 명명된 이 위성이 현재 지구궤도를 돌고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지만, 미국과 러시아가 마음만 먹으면 우주공간에 떠돌아다니는 가로 세로 10㎝ 정도의 야구공만한 위성의 파편까지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주장은 억지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인공위성 시스템」의 저자인 장영근 항공우주연구소 책임연구원(우주사업단)의 도움을 받아 우주공간은 물론 지구표면까지 물샐 틈 없이 감시하는 첩보(정찰) 위성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보자.

 57년 10월 4일 러시아(옛 소련 포함)가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지구궤도에 올려놓자 이를 본 미국은 두려움에 떨지 않을 수 없었다. 우주공간에서 미국에 대한 각종 정보를 빼내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뒤질세라 58년 첫번째 위성인 익스플로러 1호를 발사했고 이어 정찰이나 사진촬영을 목적으로 첩보위성들을 쏘아올렸다.

 초기 정찰위성들은 영상정보를 전파를 이용해 보내려고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실제 필름으로 찍어 캡슐에 넣은 다음 대기권으로 떨어뜨려 회수하는 방법을 택했다. 물론 미국의 정찰기들은 정찰위성이 발사된 후에도 몇십년 동안 러시아와 동유럽 상공을 비행하면서 군사현황에 관한 사진들을 찍었다.

 그러나 쿠바의 미사일 위기 때나 U2 정찰기가 러시아 상공에서 격추될 때까지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는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96년까지 미국은 정찰목적을 위해 약 1천억달러를 지출했다고 한다. 러시아도 이에 못지 않은 비용을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정의는 없지만 첩보위성은 서브 미터급(해상도가 1m 이하)의 위성영상을 이용한다. 이 정도는 돼야 적국의 군사동향과 작은 군사시설을 판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KH-11 위성은 약 15㎝, 래크로스 위성은 1m의 해상도를 얻을 수 있다.

 군사용으로 사용되는 위성에는 정찰위성(해상 정찰위성 포함), 조기경보위성, 도청위성, 군사통신위성, 군사기상위성 등이 있다. 넓게 보면 이들 위성은 모두 첩보위성에 속한다. 그러나 좁게 볼 때 첩보위성은 정찰위성, 조기 경보위성, 그리고 도청위성만을 가리킨다.

 조기경보 위성은 미사일이나 핵 폭탄의 발사를 조기에 감지해 적의 공격에 대비하도록 만들어졌다. 미국의 대표적인 조기 경보위성인 DSP(Defense Support Program) 위성은 미사일이나 로켓에서 뿜어 나오는 배기가스의 열을 적외선 센서로 감지한다. 97년 2월 미국은 미사일 조기 경보위성인 DSP 18호를 고도 3만5천㎞에 올려놓았다. 이 위성은 미사일 발사에 대한 경보와 방어, 미사일에 대한 기술 정보를 수집할 목적으로 발사됐다.

 21세기에는 전세계를 모두 지켜볼 수 있는 SBIRS(Space-Based Infrared System) 위성이 그 동안 일부지역만 정찰했던 DSP 위성을 대체할 예정이다.

 한편 러시아도 미사일 공격과 원자핵 시험을 감시할 수 있는 오코 위성과 프로뇨츠 위성을 결합한 조기 경보위성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도청위성은 적국의 전파나 통신을 도청하는 일을 맡는다. 미국에는 점프시트·볼텍스·오리온이 있으며 미 공군이나 중앙정보국을 대신해 국가정찰국(NRO)이 관리하고 있다. 국가정찰국은 92년 일반에게 알려질 때까지 존재 자체가 비밀이었다.

 매그넘/오리온 계열의 위성은 미사일 시험중에 전송되는 원격계측 정보를 도청하고 볼텍스 위성은 여기에 음성도청을 가미했다.

 샬리트/볼텍스 위성은 비밀정보 도청을 수행했다. 96년 4월 미 공군은 타이탄 4호 로켓으로 첩보위성을 발사했는데, 고급형 볼텍스 계열의 도청위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마이크로파 신호, 전파 신호, 장거리 전화와 워키토키 대화내용을 도청할 수 있는 대형 통신 집진기를 갖추고 있다.

〈서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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