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의 위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로 우리는 흔히 수치계산 및 멀티미디어 정보처리분야를 든다. 이에 비해 전자우편은 우리가 최근 인터넷 및 PC통신 등을 통해 즐겨 사용하기는 하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아직 계산능력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박행웅 정보기획처장(56)이 하루에도 몇시간씩 PC로 전세계 1백15개 해외무역관은 물론 미 상무부 등에 있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도 전자우편을 통해 항상 최신 무역정보를 꿰뚫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러한 평가에 상당한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외대를 졸업하고 지난 71년 KOTRA에 입사한 박 처장은 지난 92년부터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1백15개에 달하는 해외무역관과 본사를 가상공간에서 하나의 컴퓨터 통신망으로 묶는 정보화 사업의 총사령탑을 맡고 있다.
KOTRA는 지난 94년 정보통신부로부터 초고속 정보통신망 시범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약 4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사내 모든 결재를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전자결재시스템을 개발해 업무에 활용하는 등 정보화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박 처장의 사무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정보통신 제품은 3년 된 펜티엄PC와 철 지난 386 PC, 그리고 386 PC 못지않게 오래 쓴 레이저프린터 한대가 전부다. 박 처장은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PC에서 전자우편을 확인하고 곧바로 인터넷으로 들어가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 등 신문과 미 상무부 등 전세계 무역관련 기관 홈페이지의 주요 내용을 꼼꼼하게 읽는 것으로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이에 소요되는 시간만도 오전에 3시간 등 하루평균 5시간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 인터넷 서핑을 통해 빌 게이츠가 시애틀 저택에서 행한 「디지털 신경시스템」이라는 연설과 미 상무부가 최근 발간한 「디지털 신경제」라는 보고서의 원문을 입수한 후 이를 번역, 사내 컴퓨터 통신망을 통해 전세계 무역관에 배포하기도 했다.
신속하고 정확한 가격 및 제품 정보가 생명인 무역전사들을 위해 컴퓨터는 이처럼 또 하나의 「아주 강력한」 쓰임새를 준비해 두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서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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