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취미 93] 목재가구 DIY-윤길수 한국사무소장

스코틀랜드 투자개발청 윤길수 한국사무소장

 스코틀랜드 투자개발청 윤길수 소장(45)은 어젯밤 가족들에게 작은 비밀 하나를 들켰다. 얼마 후면 마흔두번째 생일을 맞게 될 아내를 위해 몰래 화장대를 만들고 있었던 것.

 『어차피 이번 인터뷰가 실리면 탄로가 날테니 아예 고백을 해버렸죠. 뭘 만드는 건지 숨겨 왔거든요. 제가 워낙 DIY를 좋아해 주말이면 아파트 마당에 나가 목재를 자르고 다듬고 수선을 피우다보니 「이 사람이 또 뭐를 만드는구나」하고 아내도 짐작은 했겠죠. 하지만 자신의 생일선물이란 건 눈치채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윤 소장은 반쯤 완성된 화장대를 가리키며 쑥스럽게 웃어보인다. 그의 취미는 DIY(Do It Yourself). 특히 개성과 창의력을 살릴 수 있는 목재가구 DIY를 즐긴다. 이 화장대만 해도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주고 싶다는 욕심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처음엔 고전적인 스타일에 옻칠로 마무리할 계획이었죠. 스케치를 해놓고 보니 아무래도 아내에겐 현대적인 감각을 살리는 편이 어울릴 것 같아 마음을 바꿨습니다. 목재는 고민끝에 미송으로 골랐구요.』 윤 소장은 벌써부터 화장대를 보고 만족해할 아내의 표정을 떠올리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쓰임새를 요모조모 따져보면서 연필 스케치를 하고 색까지 입혀 도안을 끝내고, 다음엔 목재를 골라 대패질을 하는 과정이 그에겐 더없이 행복하다.

 DIY 경력 20년의 윤 소장이 가장 아끼는 작품이 있다면 흔들침대. 지금은 열다섯살로 훌쩍 커버린 외아들 용일이를 위해 신혼초였던 83년 만든 작품이다. 그때는 미 해양대학(US Merchant Marine Academy)을 졸업하고 이곳저곳 조선소들을 옮겨다니며 2등 기관사로 일하던 시절. 유학만 마치고 돌아오려다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ME(Marine Engineer : 해양경비대에서 주는 엔지니어 자격증) 시험에서 기관장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미국에 남아 현장경험을 쌓을 때였다. 테스트 엔지니어로 일하느라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았던 탓에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듣자마자 만들기 시작한 침대를 만삭이 다 돼서야 완성할 수 있었다.

 『정말 흐뭇하더군요. 제가 만들어준 흔들침대에서 아이가 쌔근쌔근 잠이 든 모습을 보니 아빠로서 뭔가 해준 느낌이 들었죠.』

 윤 소장은 침대를 흔들어 갓난아이를 재웠던 신혼초를 떠올리며, 그때 그 침대를 아직도 집 한켠에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는 애장품 1호라 말한다.

 윤 소장의 취미는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중3의 아들 못지않게 호기심 많고 창조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그의 성격과도 일맥상통한다. 특히 「크리에이티브(Creative)」는 윤 소장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 10년간의 해양 엔지니어 생활을 마감하고 자동화 생산설비 설계 및 제조 엔지니어를 거쳐 90년 귀국과 함께 영국대사관 상무관으로, 다시 스코틀랜드 투자개발청으로 옮기며 변신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도 그에게 창의성이라는 자산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변 사람들은 얘기한다.

 앞으로 윤 소장이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는 우리의 전통 가옥. 황토 아궁이, 멋스럽고 은은한 간접조명이 비치는 창호지 문, 겨울밤에 몸을 녹여주는 구들장이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일본이나 중국식보다 훨씬 자연친화적인 건축구조를 지닌 한옥에다 현대적 감각을 접목시키는 게 그의 진짜 꿈이다.

 건축가로 직업을 바꾸지 않는 이상 실현 불가능한 꿈이지만 언젠가는 뒷마당에라도 인공조명과 난방시스템이 필요없는 전통식 움집을 한번 지어보고 싶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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