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5)

 내가 다니는 애플코리아 회사에 너의 자리를 마련했다. 더구나 내가 소속된 기술부에 너를 데려오기로 했다.

 학교를 졸업한 지 한 달밖에 안되었지만, 이미 취직이 되었다고 하여도 이곳으로 와주기 바란다. 목포라고 나쁠 것은 없지만, 여긴 서울이고, 이 회사는 재벌회사의 방계이니만큼 걱정이 없다. 네가 기술자가 아니어서 보수가 많지는 않겠지만, 너의 적성에 컴퓨터가 맞는 것 같으니 곧 배우게 될 것이다. 그래서 엔지니어가 되면 보수도 올라간다.

 4월 2일부터 근무를 해야 하니까, 며칠 앞당겨 올라오기 바란다. 교복은 벗고, 신사복을 입고 오기 바란다. 형식적이지만 실장과 사장 면담을 해야 하니까, 단정한 차림으로 올라오기 바란다. 연락 다오. 내가 있는 사무실 전화번호를 적어줄테니 전화해 다오.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해라.

 사랑하는 나의 후배에게.

 서울에서 배용정

 그가 나를 언제 사랑했는가. 아니, 그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는 항상 나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왜 그랬을까.

 거기에 이유를 달 필요는 없다. 그가 보여주고 있는 배려는 내가 원하는 것이든 아니든 고마운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편지를 읽고 나서도 기쁜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것은 마음속에 있는 은행원에 대한 동경이 쉽게 가셔지지 않아서겠지만, 사실 컴퓨터라는 것은 나에게 낯설기 그지 없었다.

 『어디서 왔니? 은행에서 왔니?』

 뒤에서 어머니가 물었다. 어머니는 나의 표정을 읽고 매우 조심스런 어조였다.

 『은행이 아니고요. 배용정이라는 선배가 보낸 편지예요.』

 나는 고집스럽게도 그 취업 내용을 말하지 않으려고 했다. 취업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면 어머니는 그 직종이 무엇이든 다니라고 할 것이 틀림없다. 나의 그러한 고집 속에는 은행 시험에 떨어졌음에도 어쩌면 다시 도전해 보고 싶은 미련이 있었는지 모른다.

 『배용정이 누구니? 무슨 일인데?』

 나는 어머니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어머니에게 무엇인가 감추려고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어머니는 나의 마음속을 꿰뚫어보는 데는 신기할 정도로 정확했다. 지금도 어머니는 내 마음을 읽으면서 놓아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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