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으로 밝은 빛이 어리고 있었다. 여명이었다. 아직은 어두웠지만 새로운 게임의 시작을 알리듯 작은 밝음이 어둠 속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새로운 게임. 김창규 박사는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NTC 시스템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 가능성에 대한 게임의 시작이었다.
게임, 아주 멋진 게임이 시작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 친구의 파일 중에서 끝 부분에 있는 시스템의 구성도와 회로도를 모니터에 띄워놓고 찬찬히 살폈다. 이 데이터도 NTC 시스템에 침투하지 못하고, 온라인 상태로 만들 수 없다면 다만 참고자료로 활용될 뿐이다.
순간, 김창규 박사는 이마를 쳤다. 독수리 칩이었다.
일본 NTC의 고객관련 시스템에도 그동안 밤새워 분석한 독수리 칩에 내장되어 있던 회로가 그대로 적용되어 있었다. 독수리 칩의 바이러스프로그램을 이용한다면 침투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머리를 스쳤다.
독수리 칩으로 일정한 신호를 보내게 되면 독수리 칩에 내장되어 있는 바이러스프로그램에서 열을 발생하게 되고, 그 열에 의해 바이메탈 접점이 동작하여 프로그램이 구동된다면 NTC의 시스템으로 침투가 가능할 것이다. 시스템으로 침투만 된다면 온라인 상태로 만들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어느 곳에서도 NTC 시스템의 데이터를 만질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신호의 주파수였다.
그렇다면, 어떤 주파수라는 말인가? 단순하게 한 개의 주파수를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러 개의 주파수가 조합된 것을 사용했을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화기만 해도 두 개의 주파수가 중첩해서 나오게 되어 있다.
그 많은 주파수를 일일이 적용시켜 볼 수도 없는 것이다. 김창규 박사는 주파수 대역폭을 떠올렸다. 인간이 느낄 수 없는 주파수 대역까지 생각한다면 무제한적인 숫자가 나오게 된다. 특히 독수리 칩에 활용된 주파수는 기본통신망에 사용하는 주파수대와 구분되어 있다. 그래야만 기본통신망에 장애를 일으키지 않고 침투가 가능하며, 감쪽같이 데이터를 변경시킬 수 있는 것이다. 만일 그 주파수를 안다고 해도 그러한 주파수 발생장치를 만드는 것에 많은 시간이 소비될 것이다.
전화가 걸려온 것은 그때였다. 강화도에 있는 김지호 실장, 어젯밤 늦게 전화통화를 한 후 새벽같이 다시 전화를 걸어온 것이었다.
『김 박사, 어떤 데이터요?』
『NTC의 고객관련 프로그램으로, 일본의 통신망을 한번에 교란시킬 수도 있는 데이터요. 일본 전체의 전화번호 데이터를 송두리째 바꿔버릴 수도 있는 데이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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