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정보화의 빛과 그림자

오늘날 세계는 농업사회와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사회로 발전하는 전환기에 놓여 있다. 정보사회는 정보와 지식이 개인, 조직,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요소로 등장하는 사회다.

그동안 많은 학자들은 정보사회에 관해 장밋빛 낙관론과 음울한 비관론을 다양하게 제시했다. 그러나 이제 정보사회로의 이행은 선택을 넘어선 불가피한 현실이다. 이제 우리는 정보사회가 제공할 수 있는 혜택, 특히 산업사회에서 누리지 못했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정보사회가 제공해줄 수 있는 무한한 혜택 중 가장 큰 것은 아마도 개인의 세계화일 것이다.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은 세계를 하나의 전자문화권으로 통합시켜 세계 어디에서나 결재를 하고 보고도 자유로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구촌 구석구석 정보나 문화에 속속들이 접근하는 것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87년부터 국가기간전산망 사업을 시작해 어느 정도 정보화 기반과 정보화 인식이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정부는 그간 국가기간전산망 사업을 통해 국가운영에 필수적인 분야를 우선 전산화해 주민등록증 발부, 자동차 등록, 토지 등기 등 개별적 전산화에 성공했으며 그 결과 국민의 편익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다. 뿐만 아니라 원격의료시스템, 원격교육, 새로운 공동체 문화의 형성 등도 정보화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빛깔나는 혜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IMF체제 아래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고통스러운 과정에서도 정보화는 국가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미래의 산업생산성과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강력한 빛으로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화는 우리에게 찬란하고 희망찬 빛만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정보화는 우리 앞에 암울한 그림자도 드리울 것이다. 정보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말미암아 정보화가 급격하게 전개되는 데 반해 우리들의 의식과 관행은 여전히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우리의 가치관과 의식은 아직도 산업사회의 손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넘어가는 전환기를 사는 우리는 산업사회의 마지막 세대로 태어나 정보사회에 적합한 사회적 규범과 윤리를 정립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첫 세대가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정보화를 너무 경제적인 시각에서 강조하고 있다는 우려도 생긴다. 오늘날 우리는 정보화의 경제적인 특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정보화가 갖는 사적인 혜택과 공적인 혜택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무차별적인 상품화만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염려스럽다. 정보사회의 정보격차는 산업사회의 소득격차 못지않게 사회정의와 형평의 실현에 장애가 될 것이다. 정보사회가 산업사회의 빈부격차를 완화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는 달리 고소득계층과 저소득계층, 고학력자와 저학력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대도시와 농어촌간에 정보격차는 날로 심화되는 경향이 감지되고 있다.

정보사회가 점차 진전됨에 따라 정보화의 빛과 그림자가 서로 교차되면서 갈등을 야기할 것이며 토플러가 지적하는 「문명의 갈등」이 표면화할 것이다. 그러나 갈등은 필수적이지만 최소화시켜야 한다. 정보화를 둘러싼 갈등 때문에 정보사회의 혜택이 부정되거나 묻혀버려서는 안될 것이다. 정보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산업사회에 맞추어 짜여진 제도와 관행을 창조적으로 파괴하면서 새로운 사회질서와 윤리를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제 정보화의 선봉에서 깃발을 높이 치켜들고 있는 우리들의 노력이 먼 훗날 미래 정보사회에서 더욱 밝게 빛을 발하는 별이 되고 선각자가 될 수 있도록,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정보사회에 적합한 사회규범과 가치, 그리고 윤리를 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모든 사람이 직업, 교육수준, 소득수준, 대도시와 농어촌 거주지에 관계없이 정보화의 혜택을 골고루 누릴 수 있는 정보사회를 구현하도록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박성득 한국전산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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