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과학적 사고방식의 생활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 살던 에라토스테네스는 2200년 전에 이미 지구의 둘레를 정확하게, 간단한 실험을 통해서 계산할 수 있었다.

콜럼버스가 1492년에 미국대륙을 발견할 때까지 1700년 동안 사람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으나 기원 전에 이미 지구의 둘레를 계산해 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오늘날에는 고등학교에서도 이 방법을 배우기 때문에 기하학의 간단한 원리만 알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중세기에는 학문까지도 교회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과학이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13세기에 생긴 유럽의 많은 대학들은 신학, 의학, 철학, 법학 등을 가르쳤으나 의학도 세균이 발견되기 전이라 현대의학과는 거리가 멀었다.

15세기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 같은 인물은 미술과 과학에 큰 공헌을 했고 지동설을 주장한 브루노는 화형을 당했는데 그 해가 서기 1600년이었다. 1633년에는 갈릴레오가 종교재판에서 지동설을 부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1665년에는 뉴턴이 중력의 법칙을 발견했고 1765년에는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해 산업혁명이 시작되는 계기가 됐다.

1750년에 벤저민 프랭클린은 피뢰침을 발명하고 전하에는 양전하와 음전하가 있음을 알아냈다. 프랑스의 쿠롱은 18세기 말에 쿠롱의 법칙을 발견했으며 1800년에 이탈리아의 볼타는 전지를 발명했다. 1819년에는 덴마크의 에르스텟이 도체에 전류가 흐르면 콤파스의 바늘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전류가 자장을 발생시킴을 알게 됐다. 1831년 영국의 패러디는 자장이 변하면 도체에 전류가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1837년에는 모스가 전신을 발명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독일에서는 가우스도 전신을 발명, 유명한 가우스의 법칙을 만들었다. 옴은 1820년대에 옴의 법칙을 발견했으며 암페어는 코일을 발명했다.

미국에서도 조지프 헨리가 패러디보다도 1년 앞서 자기유도의 법칙을 발견했으나 패러디가 먼저 논문을 출판했기 때문에 그 영광을 빼앗겼다.

19세기의 전기자기학의 찬란한 업적은 1873년에 맥스웰이 논문을 통해서 맥스웰 방정식으로 집대성했다. 맥스웰은 빛도 전자파임은 알아냈고, 헤르츠가 1888년에 처음으로 전자파를 발생시킴으로써 오늘날의 무선통신이 가능하게 됐다.

유럽과 미국의 이와 같은 과학적 업적에 비해서 아시아 지역에서는 20세기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과학발전에 동참하게 됐다.

일본인 야기는 1928년에 야기안테나를 발명했으며 오늘날에도 전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19세기 말까지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진을 찍으면 사람의 정신을 빼앗긴다고 믿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 과학적 전통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신라시대에 만든 봉덕사 에밀레종 같은 것은 현대기술로도 재현하기 어렵다. 포석정은 유체역학의 확실한 지식 없이는 설계하기 힘든 과학적 작품이다.

조선왕조 5백년 동안 과거제도를 통해서 인재를 발굴한 것이 사농공상의 서열화를 심화시켜 과학발전을 저해해 왔다. 우리나라가 21세기에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모든 국민이 과학적 사고방식을 생활화해야 한다.

그 좋은 방법의 하나가 과학소설(Science Fiction)이 많이 출판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많은 과학소설이 출판되며 그러한 책을 읽음으로써 과학적 사고방식을 가지게 된다. 유명한 천문학자 칼 새건은 「콘택트」라는 과학소설을 쓴 바 있다. 필자가 읽어 본 과학소설 중에는 톰 크란시의 「붉은 10월호의 사냥」이라는 책이 있는데 냉전 당시 미국이 소련잠수함을 추격하는 내용으로서 상당한 과학적 내용을 담고 있었다.

자연계 대학 졸업생 중에서 문필에 재주가 있는 사람들은 과학소설가가 되는 것도 뜻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포항공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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