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전자부품 사업에 뛰어든 중견그룹들이 전자부품 시장에서 퇴장하고 있다. 그동안 전문성 없이 자본력을 앞세워 무지개를 잡으려 했던 중견그룹들이 일제히 전자부품 사업을 정리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IMF를 극복하는 차원에서 중견그룹들이 주력사업에 힘을 결집시키기 위해 비주력사업인 전자부품 사업을 정리하는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또한 자기자본보다는 차입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유망성만을 보고 투자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다.
화장품으로 잘 알려진 태평양그룹은 최근 주력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알짜배기인 PCB용 잉크 사업에서 손을 떼는 등 전자부품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태평양그룹은 지난 88년 일본태양잉크제조와 50대50의 지분비율로 합작설립한 한국태양잉크의 경영에서 철수했다. 한국태양잉크는 단면에서 다층PCB(MLB)에 이르는 모든 PCB용 잉크를 생산, 지난해 1백60억원의 매출을 올려 국내 PCB용 잉크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해온 회사. 태평양그룹은 이 회사의 지분 50%를 5백만달러를 받고 일본태양잉크제조에 넘긴 것이다.
이에 앞서 태평양그룹은 정보통신기기 및 전장용 부품을 생산하는 태평양시스템을 생산제품별로 분할매각하거나 종업원들에게 양도하는 방식으로 정리했다. 태평양시스템은 부온도계수(NTC)서미스터 및 자동차용 온도센서를 생산하는 센서팀을 대우전자부품에 매각했다. 자동차용 안테나 생산팀은 제일엔지니어링에, 자동차 부품인 액추에이터 생산팀은 자동차 부품업체인 동아전자에 각각 매각했다. 기전사업부 내의 금형, 사출, 전자팀은 각각 소사장제 형태로 개인이 인수, 태평양시스템의 용인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IBM사와 합작으로 64M 및 2백56MD램 사업진출을 공식 선언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동부그룹도 IMF를 맞아 결국 반도체 사업에 대한 투자를 못하고 있다.
동부그룹은 공장 예정지역인 음성에 상주하고 있는 반도체 관련인력을 정리하는 등 2조5천억원에 달하는 투자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결국 사업추진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섬유그룹인 코오롱그룹도 전자부품 사업에서 손을 떼기는 마찬가지다. 코오롱그룹은 최근 PCB용 원판 생산업체인 코오롱전자를 두산그룹에 매각했다. 코오롱그룹은 (주)코오롱이 갖고 있던 1백13만7천6백주를 포함해 코오롱전자 주식 93.37%(4백42만5천6백90주)를 두산그룹의 두산전자에 1백30억원을 받고 양도했다.
또한 제지그룹인 신호그룹도 종업원에게 적자사업부서를 떼어주는 방식으로 전자부품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신호전자부품은 NTC를 비롯한 서미스터 사업부문을 DSC전자에, 하이브리드IC 및 LED의 영업권을 코드류 생산업체인 한국KDK에 이관한 바 있다.
이밖에도 외국업체와 합작으로 부품사업에 뛰어든 동양화학, 한국화약, 효성그룹 등도 외국업체와의 합작을 정리하면서 하나둘씩 부품사업에서 철수했다.
IMF 이후 많은 중견그룹들이 퇴장하면서 오히려 부품시장에서 외국업체들의 입김이 강화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중견그룹들과 합작하는 방식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한 외국 부품업체들은 IMF를 맞아 중견그룹으로부터 손쉽게 국내 시장을 넘겨받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전자부품 시장은 기술력을 갖춘 전문부품업체들과 외국의 대형 부품업체들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추세다.
<원철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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