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과 강물을 하나로 하는 노을빛을 바라보며 진기홍 옹이 말을 이었다.
『그래요. 내가 그저께 김 실장한테 넘겨준 자료를 보아서 알겠지만, 일본인들은 아주 치밀하게 우리의 통신시설을 강점했어요. 그리고 통신시설을 빼앗기고 난 순간부터 우리나라의 주권도 없어진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요. 한 나라의 통신이 남의 손에 넘어갔다는 것은 이미 그 나라의 주권도 함께 넘어갔다는 것과 같은 거요. 을사보호조약으로 주권을 잃었다고 관리들이 자살을 하는 등 난리를 치뤘지만,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기 6개월 전인 1905년 4월 1일 맺어진 「한일통신협정(韓日通信協定)」에 의해 이미 주권을 빼앗긴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오.』
『그 이전에 한일의정서(韓日議定書)가 맺어졌지요?』
『러일전쟁이 끝난 후 일본의 노골적인 침략정책의 출발점이었어요. 그 협정을 바탕으로 일본은 대한시설강령(對韓施設綱領)을 마련하게 되는데, 그중 다섯번째에 통신에 관련된 내용이 거론되고 있어요. 일본은 통신을 그만큼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오.』
『선생님께서 찾는 다나카는 어떤 역할을 했나요? 독수리를 어깨에 얹고 다니는 사람 말입니다.』
『아주 음흉한 사람이었소. 늘 어깨에 독수리 한마리를 얹고 다니며 우리나라 통신인들을 겁주곤 했소. 공식적인 직함은 없었소. 회의자료에 나타난 적은 한번도 없었소. 늘 뒤에서 모든 것을 조종한 사람으로 보여요.』
『선생님, 그럼 요람일기 인권에서는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요?』
『다나카요. 그 자에 대해 좀더 자세한 것이 나타나 있기를 바라는 것이요. 일본에서 가장 큰 통신회사인 NTC의 조부가 다나카라고 되어 있어요. 그 다나카와 요람일기에 나타나 있는 다나카가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오.』
천천히 구름이 움직이고 있었다.
노을빛도 함께 변화되고 있었다. 한강을 끼고 달리는 제방도로. 조금만 더가면 강화대교가 나오게 될 것이다.
강화도.
일본이 쇄국정책을 펴던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은 곳. 고려시대에는 몽고의 침입을 받아 일시적으로 왕이 머물렀고, 외적의 침입을 불심으로 이겨내고자 만든 8만대장경이 제조된 곳으로 알려진 강화도.
김지호 실장은 말을 잠시 멈춘 진기홍 옹을 바라보았다. 강화도쪽 하늘로 드리워진 노을빛이 노인의 얼굴을 아름답게 채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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