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반장은 환철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놓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시간은 그리 많이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잠깐 같이 갑시다.』
『지금 바로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아까 말씀하신 대로 그날 계시던 곳의 알리바이도 확인해줄 필요가 있구요.』
『알겠습니다. 함께 가시지요.』
밖은 여전히 늦가을 태양이 빛나고 있었다. 바람은 시원하고 햇볕은 따사로웠다. 일단 함께 밖으로 나온 김지호 실장과 김창규 박사는 조 반장이 환철을 데리고 경찰서로 돌아가자 곧바로 다시 2020호실 앞에 섰다.
리모컨. 김창규 박사의 손에는 환철의 침대에 놓여져 있던 리모컨이 들려져 있었다. 리모컨 뒤에 붙어있는 버튼 테이블. 김창규 박사는 그 테이블을 보면서 가볍게 버튼을 눌렀다. 철컥, 문이 열렸다. 그리고 음악이 들려왔다.
재즈였다. 카산드라 윌슨의 「어 리틀 웜 데드」라는 음악이었다.
자유분방한 형식을 던져주는 재즈. 김창규 박사는 출입문을 밀치고 실내로 들어서면서 재즈를 생각했다. 늘 새로운 음악.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지는 사람들의 특성 중 하나가 재즈를 즐겨 듣는다는 것이었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에게 음악도 늘 새로운 것이 필요한 것이었고,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연주자가 즉흥적으로 연출하는 재즈에 심취하곤 하는 것이었다.
프로그래머에게 세상은 0과 1뿐. 0과 1이면 모든 것을 다 표현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을 움직일 수 있었다.
세상은 0과 1로 표현되는 논리회로. 하지만 재즈는 그렇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그래머들은 재즈를 즐겨 듣는 것이었다. 즉흥적인 재즈는 프로그래머에게 위안이며 아이디어의 원천이었다.
김창규 박사도 재즈를 통하여 아이디어를 얻곤 했다.
프로그래머에게 아이디어는 힘이고 에너지였다. 논리적인 세상에서 비논리적인 힘, 그것은 에너지였다.
『어떻게 하겠소?』
김지호 실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천천히 합시다. 모든 것은 이 곳에서 다 이루어질 수 있소. 대용량의 저 컴퓨터와 이 리모컨만 있으면 어떤 시뮬레이션도 가능하오. 먼저 저 음악이나 들으시오. 아주 섹시한 음악이오.』
김지호 실장을 바라보며 빙그레 미소를 짓는 김창규 박사의 표정이 흥미진진해 보였다.
게임.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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