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대학의 발전방향

갑자기 우리에게 찾아온 경제불황으로 온 사회가 구조조정의 고통을 겪고 있다. 각 분야의 구조를 혁신해서 저효율, 고비용의 거품을 걷어내자는 것이다. 대학에도 개혁과 더불어서 광의의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학부제 확대 시행과 복수학과 계열모집이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학부제는 과거에 학과가 지나치게 세분화하면서 발생된 여러가지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탄생된 것이다. 학부제나 복수학과 계열제도의 시행으로 학생들의 전공선택의 융통성이 커지고 졸업 후에 취업선택의 폭도 넓어지며 시설공간, 지원인력 등도 절약되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학부제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잘못 운영되면 교과과정이 뒤죽박죽되고 잡음과 불화로 되는 일이 없을 수도 있다. 성공한 학부들의 경우는 예외없이 그 학부의 원로, 중진 교수들이 개인적인 사심과 기득권을 버리고 학부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부를 이루는 학과들의 조합이 매우 다양해져서, 예컨대 어떤 대학에서는 토목공학과와 자원공학과가 통합되고 또 다른 대학에서는 토목공학과와 건축공학과가 통합되는 등의 사례가 많아지고 있으므로 학부의 정의와 교과과정 등에 대한 토론회나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즈음 학부제는 한 걸음 더 발전해서 자연계열 신입생을 단일계열로 교육한 후 1년 또는 2년 후에 자기의 적성에 따라서 단수 또는 복수의 전공을 정해서 교육을 받는 것으로 변화되고 있다. 대학 전공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신입생이 전공을 택해서 적성에 맞지 않더라도 4년간을 원하지 않는 전공에서 공부하는 것보다는 2학년 또는 3학년에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전공을 택할 수 있는 제도가 바림직하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에 40만종 이상의 직종이 있고 앞으로 더욱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전공은 다양하게 자율적으로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전문성을 요하는 공학분야에 있어서 유니버시티 칼리지로의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기대되는 또 하나의 변화는 다양한 특성과 교육목표를 갖는 대학들을 육성하는 것이다. 미국 공과대학도 교육의 목표가 각기 달라서 스탠퍼드의 경우 「유용성」에 목표를 두어 산업체 등에 진출할 인재 배출에 역점을 두고 있고, 캘리포니아공대는 「창의성」에 목표를 두고 학자와 연구자를 많이 배출했으며, 미시간기술대학은 「현장엔지니어 배출」을 직접 교육의 목표로 정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대학은 각각 지역적 역할, 대학의 전통, 학문적 특성 등을 고려해서 자율적으로 교육의 목표와 교과과정을 정해서 다양하게 특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의 공학교육 인증기관인 ABET도 과거에는 교육의 평가요소를 기초과학과목 몇 학점, 설계과목 몇 학점 등으로 정했던 것에서 탈피해서 ABET 2000년 평가기준에서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교과내용과 교육방법을 개발하고 자체 평가한 것을 실사해서 교육평가 인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개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입시개혁」이다. 수학능력 시험에 의한 대학 신입생 선발제도는 중, 고등학교 교육을 파행으로 몰아왔고 창의력 있고 잠재력이 큰 학생의 배출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지난 2년간 서울대학교에서 시행한 고교장 추천입학제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서 다 잘하지는 못하지마는 한 가지 분야에 특출한 학생, 창의력과 잠재적 능력이 큰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앞으로 이러한 제도 등이 뿌리를 내려서 선진 외국에서와 같이 서류심사, 면접, 학교성적 등으로 입학하는 무시험 입학제가 전면 시행돼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의 교육상황, 입학생의 학업성취도, 면접방법, 입학서류 처리 등을 연구하고 담당하는 입시전담기구와 전문인력들을 대학에서 확보하고 입학선발을 연중 계속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어떻든 간에 우리 대학들은 이 변혁의 시기를 맞아서 대학을 올바르게 개혁하고 대학의 조직과 구조를 현명하게 개편해 나가기 위해서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서울대 공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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