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437)

『아, 그것은 전용회선 송수신 장치입니다. 제가 필요한 데이터가 많고 일본아이들과 통신을 많이 하다 보니까 전용선이 하나 필요해서 쓰고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개인이 쓰기에는 용량이 상당히 큰 것 같은데요?』

『통신속도는 바로 돈입니다. 통신속도 때문에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전용회선은 이것만 쓰나요?』

『아닙니다. 위성회선도 쓰고 있습니다. 인천 쪽에 제 연구실이 있는데, 그쪽하고는 위성 전용회선을 씁니다. 앞으로의 정보통신에서 위성통신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생각에 위성시스템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어떤 것이 위성장비인가요?』

김지호 실장은 잘 알고 있는 사항들이었지만 이 오피스텔 옥상에 설치되어 있는 위성안테나를 떠올리며 환철에게 계속 물었다.

『이쪽 것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쏘아올린 1호 위성과 2호 위성의 통신망이 디지털로 운용되고 있어 상태는 아주 양호합니다.』

김지호 실장은 오피스텔 내부에 치밀하게 배치되어 있는 각종 장치들을 자세히 살폈다. 일반적으로 국내업체에서 활용하는 장치가 아니었다. 또한 필요 이상으로 큰 용량이었다.

『장치들이 특수한 것 같은데요?』

『대부분 일본제품입니다. 일본아이들과 일하면서 제작한 것을 들여와 쓰고 있습니다.』

『그러면 아래 1820호실과는 시스템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지요?』

『아, 혜경씨 컴퓨터는 이곳 컴퓨터와 연동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데이터는 임의로 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패스워드가 걸려 있어 확인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원래 그 방도 저희가 쓰던 것이었는데, 연구실을 별도로 마련하는 바람에 혜경씨한테 임대를 해주었습니다. 죽은 혜경씨는 컴퓨터에 관심이 아주 많았습니다. 컴퓨터를 아주 좋아했습니다.』

김지호 실장과 환철이 이야기를 계속하는 동안 조 반장은 실내를 샅샅이 살피고 있었다. 각종 장비와 컴퓨터,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대형 모니터. 침대. 그리고 그 침대 위에 놓여 있는 리모컨.

하지만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잡고 있는 것은 1820호실에 있던 것과 같은 모양의 테라코타였다. 반질반질 윤이 나는 테라코타. 유난히 젖가슴과 둔부가 강조된 테라코타에 시선이 머무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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