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P시장 "일취월장".. 97년 144억달러 기록

기업의 기간업무를 통합 관리하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소프트웨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물품의 주문 처리에서부터 제조, 회계, 인사, 재무 등 광범위한 기업 기능의 관리 중추역할을 수행하는 ERP 소프트웨어가 기업 정보체계 전반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핵심 소프트웨어로 부상하고 있다.

효율적인 제조관리를 위해 70년대에 처음 등장한 제조 자원관리(MRP)와 그 개선 제품인 80년대의 MRPⅡ를 전사적 차원으로 확장한 것이라 할 수 있는 ERP는 특히 거대기업의 신경중추를 형성하고 있는 이기종 네트워크를 통합, 관리하는 데 유용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ERP가 기업의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의 도구이자 경영층의 의사 결정과 기업 리엔지니어링의 중요한 수단이라는 인식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 회사인 IDC의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ERP시장은 독일의 SAP, 미국의 오라클과 피플소프트, 네덜란드의 바안 등 주요업체들의 매출이 급신장하면서 전년대비 20% 증가한 1백44억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ERP시장의 성장요인으로 다국적 기업 등에서 보여지는 기업활동의 복잡성과 기존 전용 메인프레임에서 산업 표준의 하드웨어와 클라이언트/서버 시스템으로의 전환, 그리고 기업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해 온 맞춤형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의 기성 패키지 소프트웨어로의 대체 추세를 들고 있다.

여기에 이른바 컴퓨터의 2000년 연도인식 오류인 Y2k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소프트웨어의 채용과 유럽 단일 통화인 유로의 출현 등 새로운 환경은 최근 2년간 기업들의 ERP 채용을 확산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마디로 기업환경과 정보기술의 고도화와 복잡화 추세에 대처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ERP가 선택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ERP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나 컴퓨터어소시에이츠, 오라클 등이 주도하고 있는 여타의 소프트웨어 분야와는 달리 유럽 업체들이 상당히 주도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독일의 SAP가 ERP 세계시장에서 60%의 점유율로 1위에 올라 있고 네덜란드 바안이 13%의 점유율로 미국 오라클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바안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대비 65%나 증가한 6억8천4백만 달러였으며, 순익은 2배 이상 늘어나 7천7백만 달러를 넘어섰다.

SAP의 성장신화는 더욱 눈부시다. 설립된 지 26년 된 이 회사는 ERP 분야에서의 성공으로 일약 세계 4위의 소프트웨어 업체로 부상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62% 증가한 33억6천만 달러였으며 순익은 63% 증가한 5억1천9백만 달러.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기업의 시장가치 기준으로 이 회사는 현재 독일 4대 업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한편, SAP를 비롯한 ERP업체들은 빠르게 증가해 온 시장수요가 점차 포화상태에 달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최근 새로운 시장개척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동안 다소 소홀히 취급해 왔으나 시장 잠재성이 큰 중소기업 고객들을 확보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중소기업이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ERP시스템을 구축할 능력이 있느냐가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ERP업체들은 수요기업의 규모와 특성에 맞도록 ERP 프로그램 슈트를 컴포넌트화해 고객층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장수요의 포화 조짐과 더불어 ERP업체들 앞에 닥치고 있는 또 하나의 도전은 기업들의 Y2k 솔루션과 유로통화 처리시스템 구축 등에 따른 ERP 특수가 늦어도 내년이면 끝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분야 최대 업체인 SAP는 벌써부터 올 하반기 성장둔화를 경고하고 있을 정도다.

따라서 앞으로 ERP시장에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잡기 위해선 신규시장 개척 노력과 마케팅 전략의 변화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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