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는 「동선(Copper)의 르네상스」가 될 것인가, 아니면 「케이블망의 화려한 데뷔」가 될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미 지역전화사업자들은 동선의 르네상스를 내세우며 기존 전화선을 사용해 초고속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가입자회선(DSL)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맞서 케이블TV 업계도 케이블망의 화려한 데뷔를 기치로 케이블모뎀을 통해 10Mbps 속도로 인터넷을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을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미국에서 치열한 선점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들간의 경쟁에 불을 붙이게 될 대규모 인수가 최근 잇따라 발표됐다.
지난 5월 미 지역전화사업자 SBC는 동종 사업자 아메리테크를 인수한다고 발표했으며 한달 남짓 후 미 장거리전화사업자 AT&T도 케이블TV사업자 TCI를 전격적으로 인수키로 했다. 결과적으로 양사의 인수 발표는 지역전화사업자의 DSL 서비스와 케이블TV사업자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간의 시장경쟁에 도화선으로 작용하게 될 전망이다.
SBC는 자사의 사업지역인 일리노이, 인디애나, 오하이오, 위스콘신 주와 아메리테크가 서비스를 제공했던 미시간, 캘리포니아, 텍사스, 코네티컷 주 등에서 DSL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실시할 방침이다. 또한 SBC는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이 케이블 TV망에 접속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기업, 학교, 은행 등에서 본격적으로 DSL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AT&T도 TCI가 케이블TV 사업을 벌였던 시카고, 달라스, 덴버, 샌프란시스코, 포틀랜드, 피처버그, 샌트루이스 등에서 케이블 서비스 사업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또한 AT&T는 현재 미국 가정의 90%이상이 케이블TV망에 연결되어 있다는 장점을 적극 활용, 일반 고객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는 방침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DSL과 케이블 서비스 어느 쪽도 독점적인 위치를 못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케이블 사업자가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태이다.
미 컨설팅 업체 텔레초이스에 따르면 미국 DSL가입자는 올해 안으로 11만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으며 오는 2001년에는 가입자가 1백만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비해 텔레초이스는 케이블망을 이용한 인터넷 접속 서비스는 올해 20여만의 가입자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2002년까지는 3백만 가입자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케이블 서비스가 DSL 서비스에 비해 다소 앞서고 있는 이유는 지역 전화사업자들이 지난 80년대에 등장한 DSL 서비스 상용화에 소극적이었는데 비해 케이블TV 사업자들은 고속 케이블 사업에 직접 뛰어들어 서비스를 강화해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SBC는 음성신호와 데이터신호를 분리하는 스플리터(splitter) 없이도 DSL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DSL 라이트」 표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SBC는 DSL 라이트가 상용화된다면 스플리터 설치비와 설치에 따른 서비스 비용 등 DSL 서비스 초기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어 케이블 서비스에 비해 우위를 선점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AT&T는 장거리전화사업 및 케이블TV사업을 연계해 초고속 인터넷 사업을 펼칠 계획이며 특히 AT&T라는 브랜드 네임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DSL 서비스와 케이블 서비스는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서비스 요금의 간격이 점차로 줄어들고 있으며 그 동안 고가의 장비로 인해 상용화가 더디었던 점을 극복하기 위해 각 사업자들이 DSL모뎀 및 케이블모뎀을 임대하고 있어 이들 서비스는 초기가입비와 서비스 요금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SBC와 AT&T는 기술적인 특징이 타사에 비해 더욱 우수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방침이다.
SBC는 DSL 서비스 중 가장 상용화된 ADSL(비대칭 디지털 가입자회선) 서비스가 하향 6Mbps, 상향 6백40K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로 양방향 10Mbps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케이블 서비스에 비해 속도가 다소 떨어지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SBC는 인터넷을 이용하는데 중요한 하향전송 속도가 6Mbps로 기존 56k모뎀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에 초고속 인터넷 이용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히는 한편 케이블망을 통한 인터넷 전송은 회선수가 늘어날수록 데이터전송 속도가 급격히 감소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AT&T는 앞으로 화상회의, 인터랙티브 비디오 등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양방향 데이터 전송 속도가 우수한 케이블망이 기술적인 우위에 있으며 특히 DSL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데이터 전송 속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고 맞받아 치고 있다.
이 같은 홍보작업과는 별도로 양사는 자사가 지원하는 서비스를 빠른 시간 내에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표준화 및 다양한 장비, 애플리케이션 지원이 관건이라고 보고 국제적 연합체를 설립, 정보기술(IT) 업체와의 제휴에 적극 나서고 있다.
SBC는 DSL 표준화단체인 「유니버설 ADSL 워킹그룹」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 컴팩, 인텔 등 주요 컴퓨터 업체들과 DSL 관련 기술 개발 및 표준기술에 맞는 컴퓨터, 칩기술, 소프트웨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AT&T도 최근 설립된 「케이블 브로드밴드 포럼(CBF)」이라는 케이블모뎀 연합체에 합류, 케이블 모뎀 관련 문제를 해결키 위해 노력하는 한편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케이블 서비스 홍보를 본격적으로 펼칠 방침이다.
SBC와 AT&T는 앞으로 각사가 각각 지원하고 있는 DSL과 케이블 사업을 전사적으로 펼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한쪽이 승리하면 한쪽이 패하는 제로섬게임과 같은 시장 쟁탈전 양상을 보이게 될 것으로 전망이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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