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431)

내 생각이 틀렸나? 김지호 실장은 경찰서에서 처음으로 승민을 보았을 때의 느낌에 대한 의구심이 일었다. 분명 첫인상은 범죄를 저지를 인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한글을 보면 어떠한 형태로든 이번 사건에 관여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죽은 혜경이란 여자와 승민은 결혼을 약속한 사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승민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혜경은 바로 위층 2020호실의 사내와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하지 않은가.

숨진 그날 밤에도 함께 있을 정도로 깊은 관계에 있는 것이다.

승민의한글은 이제 일동은행의 전산망에 대하여 거론되어 있었다.

맨홀화재 발생 10분 전부터 본사와의 온라인망에 장애가 발생한다. 하지만 본사 온라인 상태는 그대로 유지된다. 그러나 사고 다음날까지 일반가입자 회선을 제외한 모든 통신망이 우회 루트를 통해 복구되지만 일동은행 광화문 지점의 온라인은 복구되지 않는다. 은행 직원들도 당연히 화재로 인한 장애로 생각하고 확인을 하지 않는다. 이미 다른 전송회선은 살아 있었지만 고장수리가 된 전용회선에서 은행으로 분기된 통신선로에 장애가 발생해 있었다.

김지호 실장은 다시 한번 머릿속에서 혼란을 느껴야 했다. 모든 것이 사실이다. 이한글대로만 행할 수 있다면 지금과 같은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지금까지 자신이 예측한 일련의 가상 시나리오가 승민의한글에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이것은 확인이다. 자신이 추측으로 감지하고 있는 것을 이미 승민은 사건 전체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이한글은 화재가 발생하기 이전에 쓴한글이다. 그렇다면 승민의 이한글은 조 반장의 말처럼 이번 화재사고와 현금 인출사고의 시나리오로 활용되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승민.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승민이 경찰서에 연행된 후에도 사건은 계속 이어졌다. 대동은행에 근무하는 혜경이 죽었고, 그리고 다음날 50억이라는 돈이 현금으로 인출되었다. 그리고 돈을 인출한 조선족 교포는 돈과 함께 물에 빠진 채 숨졌다. 그렇다면 어떻게 연결고리를 잡아야 하는가. 김지호 실장은 사건이 더욱 복잡해져 간다는 생각을 하면서 승민의한글을 계속 읽어 내려갔다.

소설이었다. 아주 구체적인 리얼리티를 확보한 소설이었다. 이번 사고와 연관시켰을 때 문제가 있는 것이지, 객관성을 띤 소설적 구성을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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