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422)

『네, 실장님. 이 케이블이 일동은행으로 가는 전용선 케이블입니다. 어제 이 케이블을 통째로 뜯어 수리를 했습니다.』

『케이블 내부가 어땠지요?』

『절연상태가 나빴습니다.』

『절연?』

『네, 절연상태가 좋지 않아 케이블을 뜯고 케이블을 대체했습니다. 그리고 이곳뿐이 아니었습니다. 은행 옆의 맨홀에서도 절연상태가 나쁘게 나타났습니다.』

『그곳의 케이블은 어땠습니까?』

『아직도 의아한 점이 있습니다. 케이블에 염분이 있는 습기가 투입된 것 같았습니다. 염분이 있는 습기가 케이블에 투입되면 금방 절연이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한참 시간이 지난 후 상태가 나빠져서 통신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처음 고장이 발견된 이 오피스텔 아래 맨홀의 케이블을 수리했지만 고장이 회복되지 않아 다시 확인해보니까 은행 부근의 맨홀 속의 케이블도 상태가 나쁜 것이 확인되어 수리를 했습니다.』

『고장수리 작업할 때 평상시와 특별히 다른 점은 없었습니까?』

『다른 점이요?』

『네, 이미 누군가 작업을 한 흔적 같은 것은 없었습니까?』

『그런 것은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맨홀 속의 케이블을 우리가 만지지 않으면 누가 손댈 사람이 있겠습니까? 그런 의심은 하지 않고 작업을 했습니다. 다만 케이블이 끊어졌다든지 구멍이 났다든지 하는 것은 없었습니다. 케이블을 누가 만졌다는 것은 상상하지 않았습니다.』

김지호 실장은 다시 한번 수리가 된 케이블을 살펴보았다. 만일 이 맨홀 속에서 누군가가 케이블을 절단시키고 일동은행 본점으로 데이터를 전송시킨 후 케이블을 다시 원래대로 복구시켰다면 그 흔적은 이미 없어져 버린 것이었다.

『김 대리, 이곳에서 일동은행 전산실로 데이터 전송이 가능할까?』

『케이블에서 채널을 분리시키는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한개의 케이블을 여러개의 채널로 분리시키고, 그 채널에 단말기를 연결하면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데이터를 보낸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장치도 문제지만 그 장치의 운용을 위한 전원확보가 불가능합니다. 또 전송된 데이터가 압축된 데이터라면 더 어렵습니다. 일반 단말기가 아니라 추적기능이 있는 컴퓨터로 작업이 돼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디서 데이터가 전송된 것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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