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로 「가요 사전심의 폐지」 2주년을 맞는다. 가요에 대한 심의폐지는 곧 노랫말에 대한 국가검열의 폐지를 뜻한다고 볼 수 있는데, 지난 96년 6월 개정 시행된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중음악인들은 노랫말 창작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그런데 심의폐지 2년을 평가하는 업계관계자들의 시각은 긍정(창작의 자유)과 부정(상업성 팽배)으로 엇갈린다. 『자유로운 창작이 보장됨에 따라 가요가 진일보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자극적인 노랫말을 이용한 상업적인 성공에 집착한 나머지 가요의 건전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도 팽팽하다.
그렇다면 가요에 대한 국가검열 폐지의 결실은 무엇인가. 일단 가요는 호흡이 빨라졌다. 서태지가 국내에 랩을 들여와 전무후무한 인기를 얻고 그 인기의 중심에 10대 청소년들이 자리잡으면서, 대중가요는 리듬과 노랫말이 가쁜 호흡을 유도하는 댄스음악전성시대를 이루고 있다.
최근 인기상종가인 남성 7인조 댄스그룹 OPPA는 한국적 정서와 시장상황에 비춰 첨단 장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갱스터랩을 선보였다. 갱스터랩은 미국의 흑인 슬램가에서 발현한 대중음악 장르인 랩을 기반으로 해 폭력, 살인, 방화, 강간 등 파괴적이고 공격적인 노랫말을 담고 있다. OPPA의 갱스터랩은 그 표현강도가 원조(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긴 하지만 우리 정서에는 파격적이다.
OPPA의 히트곡 「애국심」(강은경, 이재경 작사)은 「잽싸게」 「어따가」 「지네꺼」와 같은 비속어와 비표준어가 자주 등장하고 전반적인 내용이 선동적이다.
굳이 갱스터랩이 아니라 하더라도 「애국심」과 비슷한 사례는 많다. 신인 남성 5인조 댄스그룹인 오룡비무방의 「비밥바 룰라룰라」(이승호 작사)에는 『야! 묻는 말에 대답해봐. 얼레벌레 넘어가지 말고』라는 가사가 넘쳐난다. 남성 2인조 인기 댄스그룹 터보의 「금지된 장난」(이승호 작사)은 『눈 뒤집히는 장면 연출하기 위해서 더 다정스러운 척 했지』 『까무러칠 얘기 넌 한거야. 미쳤어. 너의 여잘 내게 부탁한다고』라고 노래했다. 중견가수 김현철도 「혹시나, 어쩌면, 만약에」에서 『왜 만날 틱틱대는 걸까』라며 비속어를 사용했다.
이같은 노랫말들이 자유로운 창작의 결실인지, 감각적인 자극을 이끌어내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한 전략인지는 작사한 이들의 양심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우리 국민, 특히 청소년들의 문화자정능력이 파격적인 노랫말을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해있는 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가요 심의 폐지가 부정적인 열매만을 맺은 것은 아니어서 『더이상 더러워진 세상 외면할 수 없다』(지뉴션의 「이제 더이상」), 『이제 눈을 떠라 다가오는 새로운 시작을 더 크게 맞이하라』(이현도의 「미래」), 『우리 나름대로 꿈이 있는데∥언젠가 우리가 이 세상을 바꿔 놓을테니까』(O.N.스쿨의 「빅뱅」)와 같이 희망을 담은 노래들도 있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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