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업계의 다윗, 한글과컴퓨터가 반격을 선언했다.
한컴은 그동안 추진했던 사업다각화의 실패와 2백억원의 부채를 떠안게 되면서 지난 몇 개월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한컴네트 일부매각, 한컴교육나라와 J소프트 별도법인화 등 대수술을 거쳐 1백30명의 직원을 54명으로 줄이자 「한컴위기설」 「매각설」 등 각종 악성루머가 나돌았다. 이런 틈을 타 한컴 덕분에 달갑지 않게 골리앗으로 불렸던 MS가 무차별공세를 시작하면서 항간에는 「한글과컴퓨터호가 침몰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해명을 피해왔던 한글과컴퓨터는 이찬진 사장의 한나라당 의원직 사퇴의사가 알려진 지 10여일 만인 지난 15일 「글 1위 고수를 위한 세 가지 전략」을 공개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이 회사가 내세우는 제1원칙은 「Back to the Basic」. 기본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글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기서 베이식이란 글의 성공신화를 만들어낸 기본콘셉트를 말한다. 초창기 글은 기술적 우위보다 「유저 프랜들리 정신」으로 워드프로세서 시장에서 뿌리를 내렸다. 어떤 프린터에서나 인쇄 가능, 필기체 지원, 영어사전 기능 등을 통해 사용자에게 작은 감동을 줬던 것. 앞으로도 상위 5%의 파워유저보다는 보통 사용자들의 불편한 점에 귀를 기울여 이웃집 아줌마처럼 친근한 제품이미지를 지켜가겠다는 것이 한컴측의 설명이다.
두번째는 이른바 「커뮤니티 소프트웨어」 전략. 이 회사는 통합패키지 형태로 판매해온 글을 지난 4월초부터 일반 사용자를 위한 「글97」, 대학생 대상의 「글97 아카데믹」, 관공서를 겨냥한 「글97 공공기관용」 등 워드프로세서 단품으로 내놓았다. 마케팅의 초점은 사용자 특성에 맞춰 유용한 교재와 템플릿 등으로 차별화한 맞춤 워드프로세서. 예를 들어 아카데믹 버전에는 대학동아리의 MT계획서, 회칙 수정, 로고만들기 등에 필요한 샘플을 제공했다. 이같은 전략은 4월 매출 10억원을 기록하면서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다고 한컴측은 밝혔다.
세번째는 글을 워크 프로세서(Work Processor)로 진화시키는 것이다. 문서작성 기능뿐 아니라 「플러그인(소프트웨어 속의 작은 프로그램)」 「애드온(부가 프로그램)」 등을 통해 팩스, 음성녹음, 주소록, 일정관리 등을 포함하는 새로운 차원의 통합 애플리케이션으로 변신시키겠다는 것. 지난 1, 2년 기초체력을 다져놓았기 때문에 지금부터 개발에 전력투구하면 내년 6월까지는 새로운 개념의 글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한컴측은 내다본다.
이같은 한컴의 반격선언에도 불구하고 업계 관계자들은 글의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장기적인 비전일 뿐 당장 MS의 파상공격을 저지할 묘안이 없다는 것.
이에 대해 실질적으로 한컴의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한컴서비스 박상현 이사는 「한글과컴퓨터는 이제부터가 2라운드」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글 콤플렉스에 빠진 MS가 백과사전에서 독도를 일본땅으로, 윈도98 시험판에서 태극기를 거꾸로,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에서 고조선을 일본의 속국으로 그리며 이미지를 실추한 끝에 엄청난 홍보비를 쏟아부은 것이 오히려 국민감정을 자극했다고 덧붙인다. 그렇다고 애국심에 호소할 생각은 없지만 사용자의 정서를 확실하게 읽어낸다는 점이 글의 미덕이라는 것.
소프트웨어 벤처의 성공신화를 만들었던 한글과컴퓨터가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업계는 물론 세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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