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PC업계가 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에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개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LGIBM, 현대전자, 대우통신 등 PC제조업체들은 최근 조직 통폐합 및 재편, 사업이관, 인력재조정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추진중에 있으나 아직도 굵직굵직한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앞으로의 업계판도를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컴팩컴퓨터, 휴렛패커드(HP) 등 세계 PC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이 국내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한 이른바 「빅딜」을 모색하기 시작해 국내 PC업계 구도변화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컴퓨터업계의 관계자들은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 2강체제로 유지돼온 국내 PC업계는 구조조정기를 거치면서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판도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면서 『특히 미국 컴팩컴퓨터와 HP 등의 본격적인 국내시장 진출계획과 맞물려 이르면 올해 안에 업계구도가 상당부분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전사적 구조조정에 따라 PC사업부문도 슬림화하는 방향으로 재정비중인데, 수원사업장과 미국 현지법인인 「AST리서치」 간의 관계 재정립에서부터 외국 대형 PC업체와의 전략적 제휴 추진 등에 이르기까지 PC사업의 틀을 탈바꿈시킬 수 있는 현안들을 안고 있다.
최근 프린터사업 매각과 인력감축, 조직슬림화 등 일련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삼보컴퓨터는 재무구조의 안정화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데 이는 곧 추가적인 사업매각이나 전략적 제휴 가능성을 높게 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삼보컴퓨터는 이와 관련, 해외자금을 포함한 외부자금 유입을 위한 경영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LGIBM은 다음달 말까지 그동안 LG전자가 갖고 있던 한국영업본부내 70여명의 인력과 전국 2백여개 C&C월드 대리점 등을 이관받아 자체 조직개편을 완료하고 오는 6월부터 일원화한 사업체제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구사,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LGIBM은 LG전자로부터 PC영업 기능을 이관받음으로써 이중적 가격구조와 영업정책의 이원화 등 그동안 시장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던 요소들을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전자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PC사업담당 부서인 정보기기사업본부를 해체하고 별도의 PC사업 관련 독립법인을 신설키로 함으로써 새로운 PC업체가 등장하는 형태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이 신설업체는 기존 현대전자가 갖고 있던 상품명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현대전자 이천공장을 임차 및 인수형식으로 활용할 계획인 등 오는 6월 말까지 사업정비를 마무리하고 사실상 중단됐던 PC사업을 재개할 움직임이다.
대우그룹 계열사 전배를 통한 인원감축에 들어간 대우통신도 올 상반기 중에 사업구조 조정과 사옥 이전을 마무리하고 성남시 분당에서 슬림화한 형태로 PC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윤재, 신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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