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 디지털 생활가전기기 전부문 공략

유럽지역 최대 전자업체로 통하는 네덜란드 필립스가 크게 달라졌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신규분야 제품개발에 대해선 느긋한 자세를 취해왔지만, 지난해부터는 디지털 가전과 정보통신기기를 포함해 디지털 민생기기 전반에 걸쳐 기술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하나의 제품만을 꾸준히 개발해가는 필립스의 이전 이미지는 이제 더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은 물론이다.

필립스의 이같은 변화는 디지털화 흐름에 근거하고 있다. 사실 디지털방식을 채용하는 생활가전기기는 제품의 특장점을 기능 결합방법에 따라 손쉽게 바꿀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제품이 성공할지를 판단하기가 극히 어렵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면밀한 시장조사를 거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제품을 개발하는 전통적 제품개발 방법론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필립스는 디지털시대에는 하나의 제품에 전적으로 매달리기보다 다양한 제품을 신속히 개발해 시장에서 평가를 받는 것이 최상의 사업전략 또는 안정적 사업전략이라고 강조, 디지털 생활가전기기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부터 디지털 생활가전기기 관련기술 개발건수가 급속히 늘고 있다. 구체적인 제품으로는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플레이어, 추기형 CD(CDR)리코더, TV에 접속할 수 있는 PC, 디지털방송용 세트톱박스(STB) 등 다양하다.

그리고 필립스는 이들 제품 및 관련기술을 알리는 데 적극 나서 올 들어 개최되고 있는 관련전시회에 출품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특히 주목되는 것은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정보통신기기 관련전시회 「세빗98」 출품에 앞서 자사의 기술 및 제품을 사전에 공개하기 위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연 자체 이벤트.

이 행사는 지난 1월 미국의 「동계 CES」에서 이미 공개된 내용을 상당수 포함하고는 있지만 필립스가 대대적으로 디지털 생활가전기기 개발을 서두르고 있음을 대외에 일단 알리는 동시에 그 기초기술도 소개해 향후 제품전략 및 기술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자리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 우선 눈길을 끈 것은 디지털 생활가전기기용 반도체기술 전시로 MPEG2(Moving Picture Experts Group Phase 2) 비디오 부호화 대규모 집적회로(LSI)에 관한 것이 핵심이다.

한 예로 MPEG2 부호화 LSI로 전시된 「SAA6750H」는 영상 데이터를 부호화하는 것으로 아날로그 TV방송 신호를 디지털신호로 압축해 DVD램과 같은 고쳐쓰기 기능 광디스크 등에 정보를 기록하는 비디오 리코더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실연을 통해 레이저디스크에서 재생한 압축 전 영상과 압축 후 영상을 비교해본 결과, 복원 후 영상이 선명했으나 다만 평균 부호화속도를 4∼5Mbps로 낮게 설정했을 경우에는 일그러짐 현상이 생겼다.

방송 관련분야에서는 고선명(HD)TV 방송 대응 디지털TV 수상기 개발에 사용하는 키트 「TriMedia DTV Reference Platform」의 전시가 주목받았다.

이 개발키트에서는 우선 MPEG2인 TS(Transport Stream) 형식의 데이터를 미디어 프로세서인 「TM1100ABRF」로 영상 데이터와 돌비디지털(구 명칭 AC3)형식의 오디오 데이터 등으로 나누고, 이후 영상 데이터는 외부에 장착하는 MPEG2 비디오 부호 LSI로 출력하게 된다.

필립스는 이 개발키트를 이용해 디지털 HDTV 수상기를 올해 말 제품화할 예정이다.

정보통신분야로는 휴대정보단말기간이나 PC 등을 전파를 사용해 무선으로 연결하는 「버추얼 케이블」이라는 기술을 처음으로 실연해 관심을 끌었다.

이 기술은 적외선을 이용하는 무선 네트워크와는 달리 벽이나 천장 등을 넘어서 50∼3백m 범위까지의 통신을 실현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데이터 전송속도는 최대 28.8kbps이며 가정과 일반 사무실 내 사용을 주용도로 상정하고 있다.

정보통신 관련분야 중 또하나 주목되는 것은 유럽 디지털 휴대전화규격인 GSM(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s)방식 휴대전화기기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휴대형 정보기기 「Ilium Synergy」.

조만간 유럽에서 판매가 개시될 예정인 이 제품은 6백40×2백 화소의 모노크롬 액정패널을 탑재하며 필기체 문자인식기능을 장착해 전자우편을 써보낼 수 있고 웹브라우저도 장착할 수 있다.

사실 이 제품은 미국의 필립스 컨슈머 커뮤니케이션스가 개발해 지난해 9월 미국 댈러스의 「PCS 97」 전시회에서 시작품 형태로 공개된 바 있는데 이번에는 구체적인 사양과 제품화 계획 등을 내놓은 것이 핵심이다.

이밖에도 6백40×4백40 화소의 터치스크린방식 컬러 액정패널을 탑재한 전화기 「IS-2630」도 인기를 끌었다. 이것은 특히 미국 루슨트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분산 운용체계(OS)인 「Inferno」를 탑재한 최초의 제품으로 그 성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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