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81)

맨홀. 지하의 시설물을 관리하기 위해 설치한 지상과 지하의 통로.

김지호 실장은 맨홀 속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일반인들은 도로 곳곳에 뚫어져 있는 맨홀에 대하여 별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일단 그 안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통신도 마찬가지. 평상시에는 통신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과 같은 사고가 발생하여 불편을 느끼게 되면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평상시에 보이지 않는 것. 그때문에 통신을 운용하는 운용자들의 문화가 매우 중요하게 되는 것이다. 사고만 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 아니다. 좀더 나은 통신서비스 제공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위해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정보통신사업은 시설만을 위주로 추진되어 왔다. 그동안 시설적 측면, 틀의 완성을 위주로 사업을 벌여 왔다. 그로 인해 우리나라의 정보통신은 시설적인 측면에서 세계 선진수준에 올라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틀을 채우는, 질을 높이는 차원의 투자가 필요하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시설적인 측면과는 다른, 한개의 전화선에 PC, 데이터 등 여러가지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해 줄 수 있는 새로운 기술개발 등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여기서 일반 이용자들의 이해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느낄 수 없다고 그동안 정보통신사업에 보내 주었던 성원이 배제되면 안되는 것이다.

또한 통신사업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우리 시대에 한정된 시설이 아니다. 우리 후대, 그 후대에서도 쓸 수 있는 정보통신시설이 준비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정보통신사업은 국가 신경망으로서 주어진 역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할 때 현재 작은 이익이 남는다고 나누어 먹는다면 이후에는 더 많은 투자와 어려움이 따르게 될 것이다. 그동안 이용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이만큼 발전해 왔듯이 앞으로도 당당히 주어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성원이 필요한 것이 지금의 정보통신사업이다. 비록 이번처럼 중요한 시기에 대형사고가 발생했다고 해도 정보통신의 중요성과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한다면 차라리 발전의 계기로 활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김대리, 고생 많았어, 조금만 더 수고하게.』

『아, 아닙니다. 다른 직원들이 더 고생했습니다.』

『그래, 나는 경찰서에 갔다 오겠네.』

『경찰서요?』

『이번 사고와 관련되어 연행된 사람이 있대.』

김지호 실장은 천천히 도로를 벗어나 일동은행쪽 길가로 나섰다. 가을 태양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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