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벤처특급 "첨단금맥" 꿈 싣고 간다! 실리콘밸리로

「황금의 계곡, 실리콘밸리」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만을 끼고 위쪽의 팰러알토(Palo Alto)에서부터 아래 새너제이(San Jose)까지 길쭉하게 펼쳐진 실리콘밸리에서는 오늘도 백만장자의 신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어디를 가나 신기술에 대한 열정과 일확천금의 꿈을 밑천 삼아 밤낮 가리지 않고 뛰는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는 곳.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성공은 아무에게도 보장돼 있지 않은 이곳, 실리콘밸리를 찾는 한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오는 24일 새너제이시 산타클라라 스트리트에서는 한국 벤처업체의 미국진출을 위해 설립된 비즈니스인큐베이터인 「해외소프트웨어지원센터」가 문을 연다. 넥스텔, 큰사람정보통신, 건잠머리컴퓨터를 비롯, 10개 업체가 「코리아 벤처군단」의 이름을 내걸고 여기에 입주를 시작한다.

해외지원센터에 소속된 업체들은 사무실을 함께 쓰고 현지에서 열리는 전시회에도 공동부스를 마련해 참가하는 등 앞으로 한 팀이 되어 움직일 예정이다. 이들에게는 통신요금과 단체보험의 혜택이 주어지고 신기술과 경영에 대한 현지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그밖에 새너제이대학 및 스탠퍼드대학과의 공동 프로젝트 기회도 갖게 된다.

현재 실리콘밸리에는 새너제이시가 운영하는 국제창업센터(International Business Incubator)에 마리텔레콤, 청조시스템 등 4개 업체가 이미 입주해 있으며 넥슨, 핸디소프트, 지오이월드를 비롯한 10여개 업체가 현지법인을 개설해 놓고 있다. 올해 안으로 약 30개로 늘어나게 될 실리콘밸리의 한국 벤처업체들은 인터넷, 게임, 통신용 소프트웨어, IP, 영상엔터테인먼트, 언어처리 등의 첨단분야에 도전하게 된다.

이곳에서 야후, 넷스케이프, 라이코스, 울티마온라인 등 세계 톱클라스 회사와 경쟁하는 것은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임대료나 세제할인 등 벤처업체에게 돌아가는 새너제이시의 혜택은 대부분 3년 정도면 끊어지기 때문에 그전에 성공의 기반을 쌓아놓지 못하면 싫어도 실리콘밸리를 떠나야 하는 것이 이곳의 생존법칙이다.

최근 실리콘밸리로 현지직원을 파견한 마리텔레콤의 장인경 사장은 『산업사회가 간호부들을 독일로 내보냈던 것처럼 정보사회의 우리나라는 첨단인력을 수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경우 오래 전부터 실리콘밸리에 자국 프로그래머를 진출시킨 덕분에 이젠 어디를 가나 중국인이라는 ID 자체가 곧 우수인력의 보증수표로 통하고 있다는 것.

지금도 미국에서는 직원 1백명 이상의 기업이 미처 충원하지 못한 프로그래머와 시스템분석가의 숫자가 34만6천여명에 이른다. 2005년까지 필요한 하이테크 인력은 매년 9만5천명. 이민이나 해외 인력수입이 아니라면 이같은 구인난을 도저히 해소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21세기 미국, 일본과의 기술격차를 극복하려면 지금 실리콘밸리로 젊은이들을 내보내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 장 사장의 결론이다.

서울과 실리콘밸리 현지사무소를 오가며 네트워크 게임을 개발중인 넥슨의 김정주 사장은 『대부분 78, 79학번인 한국출신 벤처 1세대들에게 실리콘밸리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으며 최근 입주한 2세대 역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실리콘밸리에서의 성공조건으로 우선 이곳의 문화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드록 뮤지션처럼 길게 기른 머리, 새벽에 잠들어 오후에 일어나는 불규칙한 생활, 문이 열리고 닫힐 때 손님들이 담배연기를 맡지 않도록 식당앞에서조차 담배를 피지 않는 결벽증, 비단 이런 겉모습뿐만이 아니다. 넷스케이프의 창설자이자 「테크니컬 위저드(Technical Wizard)」의 대표주자인 마크 안드레센은 『보수주의는 실패를 낳을 뿐이며 성공하려거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공격적이 되라』고 충고한다. 짐마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실리콘밸리를 누비는 사람들은 곧 미국의 프런티어 정신이 만들어낸 현대판 서부개척자들이기 때문이다.

생존율 3%의 척박한 땅, 실리콘밸리로 떠나는 사람들.

이들은 거듭되는 밤샘작업으로 시력상실의 불안감에 시달리거나 첨단기술의 벽에 부딪혀 자괴감을 느낄 수도 있다. 차가운 피자 한 조각과 커피로 때우는 초라한 저녁, 장비들로 어지러운 사무실 한켠에서의 옹색한 잠자리를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들이 쉽게 한국으로 돌아올 수 없는 이유는 야후로 일약 돈 방석에 앉은 중국인 제리 양의 화려한 성공담처럼 첨단기술이 탄생시킨 새로운 영웅신화들이 오늘도 신기루처럼 실리콘밸리의 계곡을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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