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77)

김지호 실장은 케이블에 처음으로 불길이 번진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는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이 바로 화재원인이 되었던 분전반이 설치되어 있던 곳이야.』

『실장님, 분전반의 단자가 접촉불량이었다고 해도 불이 날만큼 열이 발생하지는 않을 텐데요.』

『그래. 하지만 불은 났어. 이곳에서 불길이 번진 것은 사실이야.』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김지호 실장은 현장검증 당시의 상황을 김 대리에게 설명했다. 전철이 지나가는 듯 맨홀 전체가 울렸다. 매캐한 냄새가 숨을 쉬기 어렵게 했다.

『그렇다면 인위적인 화재라는 말씀인데요, 누가 그랬을까요?』

『그것은 아직 알 수 없어. 하지만 단서는 있어. 독수리 형태의 칩이야.』

『독수리요?』

『그래. 파라바하라고도 하지.』

『파라바하요?』

의아해하는 김 대리를 바라보면서도 김지호 실장은 어떤 확신을 느끼고 있었다. 그 확신이 이러한 엄청난 통신대란을 몰고온 사고를 겪고 난 후에도 상쾌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리라.

작업이 완료되어 가고 있었다. 케이블 접속을 끝낸 상태에서 대조작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이 확인작업을 끝내면 모든 복구작업이 완료되는 것이다.

세계신기록! 이번 사고의 복구작업에 대한 신속성은 가히 세계신기록이었다.

3개월이 걸린다고 모든 언론매체에서 예측했던 사고를 단 3일 만에 복구를 완료한 복구작업은 세계신기록이었다.

지난 1984년 11월 16일 통신구 공사중 인위적 사고로 발생한 일본의 맨홀 화재사고는 19만 회선의 장애에 복구기간이 10일이 걸렸고, 1985년 2월 26일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전화국 지하 맨홀화재에 대한 피해는 10만 회선이었음에도 24일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에 발생한 사고에 대한 복구과정은 가히 세계인들을 놀라게 한 세계신기록이었다.

물론 당시 외국의 상황과 이번 사고의 상황을 정확히 비교한다는 것에는 무리가 따르겠지만 소손된 선로를 교체하고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접속해야 하는 통신케이블의 복구는 현재와 많은 차이가 없는 것이기에 이번 사고에 대한 복구작업을 세계신기록으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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