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67)

보통 수준이 아니다.

김지호 실장은 경찰서 형사반장과 통화를 끝낸 후 만일 이번 사건이 인위적이고 계획적으로 저질러진 범죄라면 이 사건을 진행시킨 기술능력은 매우 뛰어난 수준일 것이라는 생각에 등줄기가 오싹해옴을 다시 한번 느꼈다.

프로그래머.

프로그래머는 배운다고 해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짜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감각적이고 두뇌회전이 빠른 사람들이 제대로 된 프로그래밍을 한다. 이번 사고의 발생시간만 보아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이다. 지상과 지하, 하늘의 통신망이 똑같은 시간에 장애를 일으켰다. 이것이 프로그램된 칩에 의한 것이라고 할 때 일반적인 사람들은 상상을 할 수 없는 고도의 능력이 적용된 것이다.

프로그래머들에게는 빈틈이 없다. 빈틈이 있다면 그것은 즉각 프로그램 오류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만일 지금 김창규 박사가 연구소에서 분석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짤 만한 능력이라면 앞으로도 몇번이든 더 인위적으로 맨홀 화재는 물론, 위성의 방향을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정보통신과 같이 관리가 통합적이지 못한 특수한 분야에서는 더욱더 지능적이고 완벽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 것이다.

김지호 실장은 경찰서에 연행되어 있다는 그 사람이 궁금해졌다. 30대 초반. 정말로 이번 사고를 저지른 사람일 것인가. 만일 그가 시나리오를 작성해서 이번 사고를 진행시켰다면 그는 분명 보통 인물이 아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사항도 있다. 그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보석상점을 털다가 현장에서 연행되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사항이다. 보석상을 털기 위해 맨홀 화재는 물론 위성과 자동절체시스템에 장애를 일으켰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통신망에 대해서도 능통할 것이고, 무인경비시스템이 통신망을 활용해서 운용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무인경비시스템의 생명은 통신망이다. 통신망 두절에 대비하여 중요 가입자들에게는 이중삼중의 통신망을 운영한다. 유선 통신망이 두절되면 무선 감시체제로, 무선통신망에 장애가 걸리면 위성망으로 운용되도록 되어 있다. 이것은 상식이다. 자동절체시스템에 바이러스를 침투시킬 능력의 소유자라면 그 정도의 기초 지식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화재가 발생해서 보석상의 무인경비시스템이 방치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침투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 과장.』

김지호 실장은 업무일지를 쓰고 있는 지 과장을 불렀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