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컴포넌트 시장을 둘러싼 오디오 업계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오디오 전문업체들과 가전 3사 간의 팽팽한 시장대결 구도가 깨지고 가전 3사의 입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현재 미니컴포넌트의 국내 시장규모는 약 2백63억원. 이 가운데 오디오 전문업체들은 시장의 64.5%를 차지한 반면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 가전 3사는 35.5%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오디오 전문업체들이 미니컴포넌트 시장의 52%를 차지하고 가전 3사가 48%를 차지한 것과 비교할 때 시장 구도가 크게 변한 것이며 특히 가전 3사 입장에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미니컴포넌트 판매금액이 50% 선으로 크게 떨어졌다.
이처럼 시장 구도가 크게 변한 것은 오디오 시장을 둘러싼 산업 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 중국산 미니컴포넌트를 국내에 수입하고 있는 가전 3사는 환율 급등으로 중국산 오디오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자 올초부터 제품 수입을 크게 줄이고 일부 모델은 내수판매를 중단했다. 게다가 환율 인상으로 중국산 제품 가격을 20% 가량 인상한 것도 제품판매가 저조한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가전 3사가 오디오 사업부에 대한 투자 자체를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하이엔드 오디오 사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한 삼성전자는 오디오 사업부 전체를 정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새한미디어와 오디오 매각협상에 실패한 삼성전자는 새로운 처리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오디오 사업의 주력 품목을 헤드폰카세트로 정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대신 미니컴포넌트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줄이고 있다.
대우전자 역시 내수시장보다 해외시장 개척에 눈을 돌리고 있으며 특히 최근 판매법인 독립을 계기로 내수용 제품을 자체개발하기 보다는 주문자상표부착(OEM)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가전 3사는 미니컴포넌트에 대한 투자 축소로 제품군이 줄어든 것을 보충하기 위해 올해부터 국내 오디오 업체들로부터 OEM으로 공급받는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가전 3사들이 미니컴포넌트 시장에서 주춤한 틈을 타 오디오 전문업체들이 미니컴포넌트 시장 장악에 나서게 됐다. 오디오 전문업체들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부가가치가 높은 하이파이 오디오 사업에 주력했으나 오디오 시장이 중저가의 미니컴포넌트 중심으로 재편되자 이에 맞게 사업 전열을 재정비한 것이다.
현재 해태전자, 아남전자 등 오디오 업체들은 하이파이 오디오의 신규 개발을 거의 중단하고 미니컴포넌트, 마이크로컴포넌트 등을 집중개발하고 있다. 올해 16종의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인 롯데전자 역시 미니컴포넌트 중심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이 오디오 전문업체들에게 반드시 유리하게 전개될 지는 불투명하다. 지금까지 오디오 시장을 주도해온 미니컴포넌트 시장도 지난해에 비해 31% 가량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디오 전문업체들의 미니컴포넌트 판매량 가운데 가전 3사에 OEM으로 공급한 물량을 제외하면 오디오 전문업체들의 판매도 사실상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미니컴포넌트 시장은 전문업체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라며 『그러나 오디오 시장 자체가 축소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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