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업체들이 최근 수출 총력체제를 갖추고 강력한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펼치면서 한동안 뜸했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의 수출이 되살아나고 있다. 특히 국산 가전제품의 OEM수출은 북미와 유럽, 일본 등 선진시장에서 활발해지고 있으며 그동안 거의 없었던 외국 대형 가전업체에 대한 OEM 수출도 부쩍 늘어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가전업계는 내수시장의 위축으로 인한 생산 축소의 위기를 극복하고 고정적인 물량을 확보해 사업을 안정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한쪽에서는 OEM수출 확대로 인해 그동안 구축해온 자가브랜드 수출 기반이 허물어질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초 미국 월풀사와 1억4천만달러 규모의 냉장고 55만대를 앞으로 5년 동안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최근 미국의 또다른 냉장고업체와 양문여닫이(사이드바이사이드) 냉장고를 OEM으로 대량 공급하는 계약을 막바지 협상중이다. 또 이탈리아 커리사를 비롯해 현지 가전업체에 전자레인지를 OEM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으며 에어컨에 대해서도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외국 업체를 대상으로 OEM 신규 거래처 확보에 나섰다.
LG전자는 최근 일본 히타치와 드럼세탁기를 OEM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일본의 후지쯔제너럴(FGL)과도 연간 3만대 규모의 전자동세탁기를 OEM 공급키로 계약했다. LG전자는 또 지난해 미국의 GE, 시어스사와 에어컨을 OEM공급하는 계약을 맺고 올들어 본격적인 수출에 들어갔다.
대우전자는 일본 NEC에 이어 일본 소니에 21인치 이하 중소형 컬러TV를 OEM방식으로 공급해 미국 지역에 수출할 예정이며 히타치, 필립스 등과도 OEM공급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대우전자는 또 유럽의 현지 가전업체를 대상으로 전자레인지를 OEM공급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가전3사가 이같이 OEM수출을 강화하면서 거래처가 업체마다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나고 있으며 OEM품목도 기존 AV기기 일변도에서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에어컨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96년 이후 감소세를 보였던 가전3사의 OEM수출은 올해를 고비로 다시 활발해져 올해에만 전체 가전 수출물량의 50%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특히 매출 확대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같은 OEM수출의 확대가 앞으로 국내 가전업체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최근의 수출 호조는 단순히 환율이 상승하면서 가격경쟁력을 회복한 데 따른 결과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앞으로 환율이 떨어지면 OEM 수출물량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 뻔하며 그 사이 가전3사의 자가브랜드 수출 기반도 약화돼 향후 수출 확대에 적잖은 난관이 예상되는 것이다.
따라서 업계 관계자들은 가전3사가 OEM수출을 단순히 제품을 공급하는 차원에 국한시키지 말고 거래처와 전략적으로 제휴하는 단계까지 진진시켜야 하며 이와 별도로 자가브랜드 수출 기반도 꾸준히 갖춰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가전3사의 OEM거래처가 대체로 전략적 제휴가 가능한 외국의 유명 가전업체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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