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업계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이동통신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함으로써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위상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가을 국정감사기간중에 밝혀진 사실은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이 챙긴다」 격언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다. 지난 93년이후 4년동안 국내 전자업계가 CDMA기술을 사용한 댓가로 원천특허 보유업체인 미국의 퀄컴사에 무려 8천6백만달러의 로열티를 지불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를 맞고 있는 가전산업에서도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등을 통해 핵심특허와 국제표준규격의 위력을 실감케하고 있다. 지난 95년부터 DVD국제표준규격을 마련한 소니, 마쓰시타, 도시바, 필립스 등 「DVD포럼」 10개 업체는 표준규격 자체를 포함,DVD의 핵심기술에 대해 공동으로 특허료를 징수하기로 했다.
물론 컴팩트디스크(CD), 레이저디스크(LD)를 비롯한 광미디어에 대해 압도적인 특허지분이 많은 소니, 필립스, 파이오니아를 주축으로한 소니진영이 별도로 로열티를 받기로 함으로써 특허 풀(Patent Pool)이 형성되지는 않았지만 국내 가전업체들을 포함해 DVD규격제정에 기여하지 못한 여타업체들은 DVD사업에 원초적인 부담을 안고 있다.
또 DVD규격을 응용한 하드웨어에는 동영상을 압축, 복원하는데 필수적인 MPEG2,오디오에는 AC3,복제방지 등 별도로 특허료를 지불해야하는 기술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어 해당기술이 없는 기업이 제조원가의 10∼15%에 해당하는 로열티를 지불해야하는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업체들이 소니, 마쓰시타와 똑같이 제조원가를 들여 DVD플레이어나 DVD롬 드라이브를 만들어도 상대적으로 많은 특허료 부담으로 인해 판매 가격을 높이거나 마진폭을 줄여야하는 고통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을 의미한다. 소니, 마쓰시타, 도시바 등은 DVD규격제정에도 기여했을 뿐만아니라 MPEG2특허도 상당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타 디지털 제품에 있어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디지털 캠코더의 경우 95년 처음으로 이 제품을 상품화한 소니와 샤프 히타치 등 일본업체가 견제없는 독주를 하고 있으며 디지털 카메라 역시 일본업체들이 영상전송규격 등을 제안하면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디지털 VCR에서도 아날로그 VCR의 시대를 석권했던 일본의 JVC가 내놓은 규격이 사실상의 국제규격으로 인정되어 히타치, 필립스, 톰슨 등에 의해 상품화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을 포함한 여타업체들이 이러한 제품을 상품화할 경우 여지없이 특허료를 지불해야하며 제3국수출이나 합작사업을 추진할 경우 특허나 규격 제공자들로 부터 사전허락을 받아야하는 서러움을 겪어야한다.
이러한 추세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아날로그시대에 세계2위의 가전 생산국이었던 한국이 디지털 시대에는 아예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디지털 TV의 경우는 일본이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하는 동안 디지털 방식으로 한우물을 파온 국내업체들이 다소나마 원천기술을 확보하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지난 50년대 개발한 컬러 TV기술로 미국의 RCA가 아직도 전세계 TV메이커들을 상대로 제조원가의 1%수준의 특허료를 받고 있으며 지난 80년대 초반 국내 가전업체들이 일본업체들에게 사정하다시피해서 VCR기술을 이전받고도 지금까지 3∼5%의 특허료를 내고 사실은 원천 기술력이 얼마다 중요한 가를 상기시켜주기에 충분하다.
21세기 황금알을 낳을 거위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디지털 가전시대는 핵심기술이 없어도 대량생산을 통해 수익을 남길 수 있었던 아날로그 시대의 사업패턴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 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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