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ATX주기판 교체 배경

삼성전자가 최근 자사 펜티엄Ⅱ PC의 주기판을 기존 NLX에서 ATX방식으로 은밀히 교체해 그 배경에 대해 관련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의욕적으로 선보인 펜티엄Ⅱ급 PC 「M6000시리즈」에 그동안 펜티엄Ⅱ PC의 최적 보드라고 주장해온 NLX방식 대신에 ATX방식 주기판을 전격적으로 채택했기 때문.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NLX 주기판의 예찬론을 펼치던 지난 연말과는 대조적으로 ATX방식으로 돌아선 이유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어 관련업계의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컴퓨터의 몸체에 해당되는 주기판은 중앙처리장치, 메모리, 오디오 및 비디오카드 등 핵심부품을 꽂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기판으로 미국의 CPU 제조업체인 인텔사가 표준사양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인텔이 내놓고 있는 NLX, ATX 등 주기판방식은 생긴 형태(폼팩터)가 달라 서로간에 호환이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ATX는 범용 멀티미디어PC에, NLX는 공간을 작게 만들 수 있는 네트워크용 PC 등 사무용 PC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월 NLX방식의 주기판을 채택한 펜티엄Ⅱ PC인 「매직스테이션프로 M7000」 2개 기종을 출시하면서 NLX방식 보드가 펜티엄Ⅱ PC에 가장 적합한 주기판이라고 주장하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NLX방식 보드가 펜티엄Ⅱ PC CPU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주기판으로 보드크기 및 구조를 크게 개선해 시스템 내부의 열처리 및 공간활용을 혁신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이라는 것이 삼성전자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당시 「매직스테이션프로 M7000」 출시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불완전한 펜티엄Ⅱ PC는 싫다』라는 제목 하에 ATX방식의 주기판을 채택한 경쟁업체들의 제품성능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다. 경쟁업체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산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을 펼친 삼성전자는 지난달 이른바 「대한민국 표준PC」라고 강조하면서 선보인 또다른 펜티엄Ⅱ PC인 「M6000시리즈」 4개 기종에 대해 그동안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ATX 주기판을 전격 채택한 것이다.

이번 주기판 교체와 관련, 삼성전자측은 NLX 주기판의 고비용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NLX 주기판의 경우 고가제품이어서 저가인 ATX 보드에 비해 재료비 면에서 5만원 가량 더 비싸 PC 완제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취한 조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관련업계는 삼성전자가 두달여만의 짧은기간 내에 주기판을 ATX방식으로 급선회한 것은 삼성전자의 마케팅정책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PC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최근 잇따라 출시한 「M7000」 및 「M6000시리즈」 제품 모두가 펜티엄Ⅱ PC로 NLX 및 ATX 등 서로 다른 주기판을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과 성능 면에서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M7000 및 「M6000시리즈 등 두 제품라인이 겨냥한 수요층도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일반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삼고 있어 제품의 차별성을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PC시장에서 쌓아온 「마케팅의 삼성전자」라는 이미지가다소 퇴색되고 있다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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