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54)

문제가 없었다.

정상적인 게임이라면 중국 통신현대화사업의 사업권을 우리나라에서 획득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그만큼 세밀한 계획을 세우고 추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우리 민족이 많이 살고 있는 만주쪽 위성시스템 설치를 지원해주는 등 민간 차원에서도 많은 지원을 해왔다. 정상적인 경쟁이라면 사업권은 우리에게 주어질 승산이 높았지만 일본은 결코 그냥 물러날 나라가 아니었다.

김지호 실장은 고개를 들어 경보 패널과 경보 모니터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안타까움을 느껴야 했다. 이번에 발생한 맨홀 화재는 일본과 벌이는 경쟁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김지호 실장은 원세개에 대한 생각을 이어갔다. 원세개가 이홍장에게 청원한 비밀전보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조선국왕은 문서를 전달한 자를 죽여 입을 막음으로써 증빙을 은닉하고 러시아 군대가 도착할 때를 기다리려고 한다. 그러나 문서에는 국왕의 국새가 있으니 장차 어찌할는지 알 수 없으며 귀매한 상황은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이제 신민은 서로 다투어 온 나라가 물 끓듯 하니 만약 5백의 병력만 있다면 국왕을 폐한 후 군소 잡배를 잡아 천진으로 보내서 신문을 받도록 하겠다.』

5백의 병력. 원세개는 5백의 병력만 있다면 조선의 국왕을 폐한 후 군소 잡배를 잡아 천진으로 보내서 신문을 받도록 하겠다는 비밀전보를 중국으로 보냈던 것이다.

5천도 아닌, 5백. 단 5백의 군사였다.

5백의 병력만 있으면 국왕을 페하고 군소 잡배를 잡아 천진으로 보내서 신문을 받도록 하겠다는 원세개의 비밀전보를 받은 이홍장은 다음과 같은 비밀전보를 원세개에게 보냈다.

『조선 정부측에서 문서, 국새 등이 위조임을 강력하게 변명하였다. 러시아 주재 청국공사의 회답에도 러시아 외무부가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였으며 앞으로 그런 문서가 오더라도 위조 문서로 휴지화시킬 것이라는 언질까지 주었다고 한다. 또한 서울에 파견된 한성전보총국 총판 진윤이의 전보에도 인심이 매우 당황하여 변란이 발생할까 두려우며, 대원군의 세력은 완전히 고립되어 큰 일을 감당할 수 없다고 하였다. 주일 청국 공사의 전보에도 일본 정계에서 「증거가 없는 뜬소문을 믿고 사태를 격화시킬 필요가 없다」 고 충고한다고 한다.』

이것으로 원세개의 가짜전보 사건과 국왕의 폐립을 기도하기 위한 청국군대 출동파문은 일단 수습되었다. 그러나 원세개의 횡포는 더욱 심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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