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정보시대에 맞는 대학교육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정보대국의 토대를 튼튼히 다지기 위해 고등학교에서부터 컴퓨터를 가르치고 대학입시에서도 컴퓨터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만난을 무릅쓰고 교육개혁을 이룩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최근엔 대학입시제도의 완전 대학자율화와 일률적인 시험의 지양 등 현행 교육체제의 본질적인 개혁을 다짐했다. 김 대통령의 이같은 천명은 교육개혁이 지난 40여년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계속됐으나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대학입시의 경우 더욱 그렇다.

50년대 말에는 대학별로 자체 선발고사를 치르거나 내신만으로 무시험 전형하는 대학이나, 선발고사와 무시험 양자를 병향하는 대학 등 완전히 대학자율로 신입생을 선발했다. 물론 입시의 투명성 등이 문제되기도 했으며 일부 사립대학에서는 모집정원보다 훨씬 많은 청강생을 모집, 운용함으러써 큰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학을 상아탑이 아닌 "우골탑"이라 부르기도 했다.

62년에는 학사고사제도를 도입하고 학사등록제도를 만들어 이를 해결하려 했으나, 교양 위주의 내용과 사진선택형의 객관식 문제만으로 학사자격을 검증하는 데 따른 문제 등이 제기돼 2회로 폐기됐고 입시를 국가고시로 다루게 됐다.

69년에는 대학입학 자격자를 모집정원의 배로 선발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대학별 본고사를 치르게 하는 예비고사 제도를 마련했으나 이 역시 우리 사회를 더욱 학벌 위주의 사회로 만들었다. 또한 예비고사 합격자 입장에서도 취향.적성에 관계없이 어떻게 하든 대학에는 합격해야 한다는 엉뚱한 사회적 모순을 만들었다. 예비고사를 학력고사로 대치하는 조치를 취했으나 문제는 상존했다.

또다시 계열별 모집방식을 택하고 졸업학점을 140학점으로 낮추는 등의 실험대학이라는 교육개혁을 시도했으나 게열별 합격자의 학과 선택 어려움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말았다.

학력고사는 사지선택형의 객관식 방법이고 본고사는 논술 또는 해석적 풀이방식의 주관식 위주였지만 양자의 상관관계는 당연히 밀접할 수밖에 없다. 이들 양자의 상관관계 분석을 토대로 결국에는 대학별 본고사가 폐지되고 학력고사와 내신으로 선별하므로 모든 시험에서 사지선택형 객관식 방식만이 남게 돼 객관식 사고에의 틀은 깰 수가 없다.

곧 졸업정원의 30%를 초과모집하고 졸업 때까지 상대평가를 통해 정원을 지키도록 하는 졸업정원제가 도입됐으나 절대실력에 관계없이 탈락할 수밖에 없다는 제도적 모순 등으로 4년여 만에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리고 이제 수능과 복수지원 및 학부제 도입의 현시점에 이르렀다.

입시제도가 이렇게 변화하는 중에도 변화되지 않은 것은 결국 사지선택형의 객관식 시험방식이다. 물론 최근의 수학능력 시험에서 어느 정도 변화를 시도했고 창의력 내지는 응용력을 검증하려고 애쓰고 있으나 객관식의 속성을 벗어날 수가 없다. 고교 졸업 때까지 12년간을 객관식 문제풀이 전문가로 훈련받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객관식 문제풀이에만 익숙하게 훈련받은 세대가 30여년간 이어졌고 이제는 우리 국민의 사고하는 방식도 객관식 사지선택형 사고방식으로 고정되어 가고 있다는 염려가 든다.

서두에 거론했던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한 대학입시제도의 변화 내지는 교육개혁의 결과는 합리성이나 논리성이 사라지고 창의력마저 고갈된 획일적이고 단순화된 사고체계의 고착이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목적을 위해 또 어떤 개혁을 추진해야 할까. 2,3년 이후의 열매를 위한 교육개혁이 아닌 20~30년 이후를 염려한 목표설정이 아쉽다.

이제 대학입시의 자율권은 대학이 지켜야 한다. 비록 입시부정이 염려되고 2,3년간 진학지도에의 어려움이나 혼란이 예상되며 대학에선 최우수 학생유치에의 불확실성이 따른다해도 21세기 정보시대에 맞는 다양성있는 사회, 창의력이 중시되고 합리성이 보장되는 사회로 정착하기 위해 대학은 입시자율화의 정착 등 교육개혁에 최대한 앞장서야 할 것이다.

<대한전자공학회장.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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