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는 기획단계에서 상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세운상가의 경우 60년대 서울 4대문안의 중심상가로 자리잡으면서 자연스레 상권이 형성됐다. 이후 87년에는 계획적으로 용산전자상가가 설립됐다. 용산전자상가 초기 입주상인은 많지 않았다. 소비자들의 의식속에 전자상가 하면 용산전자상가가 떠오르기 보다는 세운상가가 먼저 떠올랐기 때문에 상가이전의 메리트가 없었다. 그러나 상황은 반전됐다. 용산전자상가는 동양 최대규모를 자랑하면서 소비자의 발길을 붙들었다.
지금은 그 누구도 용산전자상가가 전자상가의 대명사로 자리하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결국 계획화된 상가가 자연발생적인 상가를 누르고 상권의 중심을 옮겨 놓은 것이다. 테크노마트 역시 계획적인 상가다. 주변 이동인구를 고려하고 교통과 환경, 나가서는 인접 소비자들을 얼마나 흡수할 것인가에 대해 충분히 검토된 상가이다.
먼저 테크노마트가 노린 상권은 서울 동부와 강남일대의 소비자층 흡수이다. 지하철 2호선 강변역과 인접해 있고 강남을 연결하는 천호대교, 올림픽대교, 잠실대교에서 들어오기가 쉽다는 점이다. 테크노마트 건설사인 프라임산업은 이점을 상가형성의 지리적 강점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구리시 등 서울동부 수도권 소비자층 역시 가까운 지리적 위치로 흡수할 수 있다는 것과 강변터미널과 인접해 유동인구가 많다는 것 또한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어떤 상가든 주위에는 사통팔달의 교통중심지를 안고 있다. 남대문시장은 서울역을 안고 있고 용산전자상가는 관광터미널과 용산역을 감싸고 있다. 국제전자센터는 남부터미널과 경부고속도로와 인접해 있다. 이론상 놓고 볼 때 장사가 안될 상가는 없다. 물류가 원활하고 소비자가 찾기 쉽다는 점에선 모두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않다. 서울역 때문에 남대문시장을 찾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용산역과 인접해 있고 관광터미널이 있다고 해서 용산전자상가의 물류가 원활한 것도 아니다. 강남의 중심지에 있다고 해서 국제전자센터가 강남고객을 흡수하는 것도 아니다.
결론적으로 상권은 소비자와 상인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전자상권의 중심이 용산으로 옮겨진 것은 집단상가라는 장점과 다양한 제품,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남대문시장 역시 도매시장으로서 없는 것이 없는 복합상가라는 점에서 명물이 됐다. 모두 소비자와 상인들이 만든 결과이다. 지리적 위치는 단지 부대적인 요소일 뿐이다.
테크노마트는 지금껏 보아오지 못한 초 현대식 인텔리전트 상가이다. 규모면에서는 7만8천평이라는 단일상가 최대의 규모이다. 하드웨어적인 요소로 볼 때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하다. 위락 시설 또한 첨단화 되어가는 상황에서 멀티플렉스 영화관 등 명물(?)이 될 소지도 충분하다. 여기에 프라임산업이 내건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는 철저한 상가관리이다. 프라임개발이라는 별도의 관리사를 설립하고 공동마케팅을 이끌어 가겠다는 뜻을 밝혓다. 상권을 형성하겠다는 의지가 나타나는 대목이다.
테크노마트가 만들어야 할 테크노마트만의 색깔은 프라임과 상인들의 과제이다. 현재 나타난 색깔을 계속 추진한다면 앞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은 상가전체가 하나의 「첨단 스페이스」로 나가는 것이다. 상가이지만 기술이 접목되고 기술에 대한 인간의 의지가 판매와 연계되는 상가를 추구하는 것이다. 당장은 세인의 관심으로 유지하지만 앞으론 현실로 다가오는 유통이 될 것이다. 지금껏 신흥전자상가가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중의 하나는 분명한 색깔이 없었기 때문이다. 색깔은 곧 상권이다. 그리고 색깔은 상인들과 상가의 운영관리사가 만들어야 할 최대의 과제이다.
<이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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