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연성 PCB(FPC)만 만들어온 사람이 최근 창업을 하고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업체인 일본의 애드후렉스에 견줄 만한 전문업체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야심을 펼치고 있어 화제다.
코리아후렉스의 이상필 사장(47)이 화제의 주인공. 이 사장이 FPC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68년이다. 당시 국내에서는 FPC의 개념조차 제대로 몰랐을 때였다. 마그네틱헤드 생산업체인 AMK가 헤드에 필요한 FPC를 국내에서 조달하기 위해 우여곡절 끝에 KIST의 민병길 박사를 찾았고 민 박사가 국내 최초의 FPC 생산업체인 마이크로텍을 설립하자 여기에 동참했다. 그러나 민 박사가 과로로 69년 사망하자 마이크로텍은 채 자리도 잡기 전에 공중분해됐으며 이때부터 이 사장은 이곳 저곳을 전전하며 척박한 환경에서 FPC산업을 일구기 위해 젊음을 불태웠다. 국내 PCB업계에서는 FPC 전문인력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오라는 곳은 많았고 이 사장은 가는 곳마다 그곳에서 FPC사업을 일구어냈다. 국내의 O사, M사 등이 FPC사업을 할수 있었던 것도 이 사장의 힘이었다. 이 사장은 그러나 가는 곳마다 아쉬움과 비애를 맛보았다. FPC시장이 협소한데다 몸담은 곳이 FPC 전문업체가 아니여서 자신의 포부를 펼치기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0년만에 기회를 맞이했다. 마지막으로 몸담았던 동아정밀에서 이 사장의 야망을 알고 독립할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AMK와 일을 할 때 인연을 맺었던 오랜 지기인 임재호씨와 공동출자해 지난해 9월 드디어 코리아후렉스라는 자기 사업체를 차렸다. 동아정밀이 이 사장과 같이 일하는 전문인력들을 데리고 나올 수 있도록 해주고 거래처도 선선이히넘겨준 배려가 큰 힘이됐다. 부도가 난 인천 계양구의 범아전자를 인수해 폐수처리시설 등 기반시설을 활용하고 나머지 설비는 모두 FPC 설비로 새로 교체했다.
이 사장은 창업 5개월만에 LCD, LED6전화교환기, 전화기용 배터리 팩, 의료장비, 전자수첩, 카드리더, 방산장비 등에 들어가는 1백여종의 FPC를 생산해 시판할 정도로 순조로운 출발을 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로 뭉친 코리아후렉스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모토롤러의 휴대폰 스타텍에 채용되는 배터리팩 공급업체인 일본 바텍사에 월 10만개의 FPC를 납품키로 하는 등 해외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코리아후렉스는 단면과 양면은 물론 이미 4층까지 양산할수 있는 기술과 1백미크론 피치의 제품도 생산할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올해안에 0.3㎜ 비어홀 제품과 50미크론급 제품도 개발한다는 목표아래 1백 클래스의 클린룸도 다음달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특징인 FPC는 기술력만 있다면 덩치는 문제가 아니다.
이 분야에 관한한 국내 최고를 자부하는 이 사장이 20년 동안 고이 간직해온 꿈을 세계시장을 무대로 펼치기 시작하면서 그의 행보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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