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주요 9개업체 향후 10년간 673억달러 투자

대만 반도체업계가 과감한 투자와 빠른 사업 확대로 세계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 획득에 본격 나서고 있다.

대만은 한국, 일본 등 경쟁국들에 비해 뒤늦게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어 아직은 상대적으로 기술적인 면에서 뒤지고 있으나 이 산업에 대한 투자 의욕만큼은 다른 어떤 경쟁국보다 높다.

대만 반도체업계는 올해 이후 아시아권 경쟁국인 한국, 일본업계 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 계획들이 예정 대로 원활이 진행될 경우 대만은 앞으로 한층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 2-3년 내에 세계 반도체업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다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만 반도체업체 9사가 올해부터 10년간 계획하고 있는 투자 총액은 무려 80조원이 넘는다. 최근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생산거점 건설 계획을 정리해 보면 올해부터 3년안에 가동을 시작하는 라인만도 16개가 넘는다. 여기에 2000년 완공을 목표로 15개 라인이 추가로 건설되고 있다. 특히 최근 건설되고 있는 라인은 제조부문을 갖고 있는 않은 대규모집적회로(LSI) 설계업체들의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용과 미국과 일본 등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설립되는 첨단 제품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약진이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구체적인 단기 계획과 동시에 대만 주요 LSI업체들은 5-10년의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대만 공업기술연구원(ITRI)이 현재 집계하고 있는 대만 주요 반도체업체들의 투자 계획을 보면 주요 9사의 향후 10년간의 투자액이 6백73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별로는 가장 공격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대만 반도체 2위 업체 UMC(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향후 10년간 1백88억달러를 투자한다. 또 현재 대만 최대업체인 TSMC(타이완 세미컨덕터 매뉴팩쳐링)도 1백45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쿠안 양 페이퍼 매뉴팩쳐링社를 중심으로 하는 신규업체가 향후 10년간 총 65억달러를 투자하는 새 반도체 공장을 신설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같은 업체들의 적극적인 투자 성향 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대만 정부의 정책적인 배려 또한 대만 반도체산업의 성장을 더욱 확실히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Si 아일랜드 구상」이 대표적인 정부 지원 정책으로 손꼽힌다. 대만은 이를 통해 대만업체들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오는 2천5년까지 8% 수준으로 높일 방침이다.

대만 정부는 이를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대만 전역에 거대한 과학공업단지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대만의 거대 과학공업단지로는 LSI업체들의 주력 공장이 밀집해 있는 신죽(新竹)공업단지를 꼽을 수 있는데, 최근에는 대남(臺南)에도 이와 비슷한 규모의 과학공업단지를 건설 중에 있다. 대남과학공업단지는 현재 토지 기초공사가 마무리된 상태로 UMC등 3사가 이미 공장 건설에 착수, 올해 말부터는 이 단지에서 LSI의 생산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만 LSI업체들의 중장기적인 공장 건설 계획안은 대부분 이 대남과학공업단지에 몰려있다. 이 때문에 새 공업단지는 신죽공업단지에 버금가는 면적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전역의 예약이 이미 완전하게 마무리된 상태이다.

대남과학공업단지에 예상 이상으로 투자자들이 몰리자 대만 정부는 또 대만 중앙부에 새로운 과학공업단지를 추가 조성한다는 계획도 최근 발표해 대만 정부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열정을 그대로 나타냈다.

대만 정부는 이같은 대규모 단지 조성 계획 뿐 아니라 이를 원활히 추진하기 위한 혜택을 마련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대만 정부는 앞으로 조성되는 모든 대규모 과학단지에 진출하는 업체들에 대해 신죽공업단지와 마찬가지로 사업이 흑자로 돌아설 때까지는 물론 그 이후 5년간 세금을 면제해 줄 방침이다.

지금까지 대만 반도체 산업이 급속하게 성장할 있었던 것도 사실 정부와 업계가 이같은 원활한 상호 보완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이같은 정부와 업계의 긴밀한 협조는 대만 기업에 빠른 사업 전개와 빠른 의사 결정이라는 장점을 부여해 왔고 이를 무기로 대만업체들은 빠르게 변신해 항상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실행해 왔다. 가장 전형적인 예가 대만 2위업체인 UMC(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사. 이 회사는 지난 95년까지는 S램 및 마스크롬, 로직LSI 등을 자사가 설계 생산해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업에도 참여하려 했으나,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이 큰 재미를 보자 곧바로 기존 사업에서 철수하고 파운드리쪽으로 사업 방향을 잡아 현재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또 한가지 놓칠 수 없는 대만 반도체산업의 성장 비결로는 「최첨단 기술을 빠르게 뒤아 가지만 (기술적으로) 추월하지는 않는다」는 사업 방침을 들 수 있다. 급속한 사업확대, 사업전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프로세스 기술과 제조기술이 뒷받침돼야 함은 물론이다. 현재 대만은 이들 기술과 관련해 미국, 일본, 한국 등 반도체 선진국들 수준에 근접해 있다. 그러나 기술력에서 이들 선진국을 추월하려는 시도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철저하게 「1년 간격을 둔다」는 것이 대만 반도체 업계의 기본 전략이라고 대만 시장전문가들은 귀뜸한다. 실제로 대만업계는 LSI기술 개발의 지표가 되는 미 반도체공업회(SIA)의 로드맵이 앞당겨지거나 늦춰지면 이보다 1년 늦은 일정계획을 발표해 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물론 위험부담을 줄인다는 것이 그 목적이다.

대만 반도체업계의 이같은 신속한 사업 확대와 사업 전개에 전혀 걸림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재 확보 문제로, 대만 반도체업체들은 높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이를 해결해 왔다. 이 과정에서 일부업체는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문제가 되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업체들은 임금 수준을 높이는 방법으로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예를 들어 대만 최대 업체인 TSMC사는 96년 말 보너스 형태로 48개월치 월급을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등 파격적인 방법을 동원해 인재 확보에 나섰다.

또 하나는 장비 제조업체들의 지원 문제로 96년부터 대만에서는 반도체공장에 잇따라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공장을 건설할 당시 지원 체제의 미흡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나, 명확한 원인 규명은 아직 안된 상태이다. 그러나 이 문제도 점점 노하우가 쌓이고 있는 대만 반도체업체들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아시아지역을 휩쓴 통화 불안에도 끄떡하지 않았던 대만. 이런 안정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대만 반도체 산업은 몇 년만에 후발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최근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한국과 일본의 반도체 업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심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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