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사이버 가수 아담을 탄생시킨 아담소프트 박종만 사장(33)은 『목각인형 피노키오를 만들어 친아들처럼 키운 제페트 할아버지의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말한다. 사이버 인간 아담을 탄생시킨 그는 지난 수요일 아담의 첫 음반이 발매돼 누구보다도 기쁘지만 철없는 자식을 세상에 내놓은 아비처럼 불안한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요즘 아담 덕분에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어느새 인기스타의 길로 접어든 아담의 매니저이자 보호자로서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음반을 발매하고 가수로 정식 데뷔한 아담은 앞으로 방송에도 출연하고 CF도 찍어야 하며 곧 영화계에도 진출해야 한다.
여기에 최근 아담이 국내에서도 내로라는 석학들이 모이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에 명예학생으로 입학이 결정됨에 따라 입학식을 준비해야 한다. 내달 2일 KAIST 대강당에서 실시되는 입학식에서 아담은 자신과 함께 연구활동을 벌일 동기들에게 인사말과 뮤직비디오를 제공할 예정이다.
『아담의 KAIST 입학은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가상의 인간을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했다는 점이지요. 이는 많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가상세계의 우수한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담이 KAIST의 명예학생으로 입학이 허가된 것은 21세기 국가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다양한 첨단 연구분야결과를 적용하는 데 있어 중요한 캐릭터로 인정받았기 때문. 따라서 아담은 앞으로 사이버 연예인으로 활동하는 한편 KAIST에서 진행되고 있는 첨단 연구분야에도 적극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아들이자 후배가 된 아담이 제가 못다한 몫까지 해줄 것으로 믿습니다.』
박 사장은 서강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생물공학을 전공했다. 이어 인공지능연구센타(CAIR)와 시스템공학연구소(SERI)에서 3년 동안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인공지능분야를 집중 연구했다. 그리고 95년엔 제네틱솔루션이라고 하는 회사를 창업, 인공지능의 한 분야인 제네틱 알고리듬을 이용한 소프트웨어 개발사업에 뛰어들었으며 이듬해엔 회사명을 아담소프트로 변경하고 PC게임과 인터넷,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진출했다.
그의 첫 작품은 90년대 최고 인기스타인 서태지와 아이들을 가상공간에 데뷔시킨 「컴백 대지보이스」라는 PC게임이다. 이 게임이 큰 반향을 일으키자 그는 서태지의 음악을 대신 표현해줄 사이버 서태지를 기획했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방향을 1백80도 바꿨다. 인기스타의 후광을 등에 업고 사업을 전개하는 대신 신인을 발굴해 인기스타로 만들어 보겠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신인이 바로 아담이다.
현재 아담은 가수와 CF모델로 활동하고 있지만 앞으로 만화와 영화의 주인공으로 활약한 후 해외에 진출, 세계적인 종합엔터테이너로 자리매김한다는 야심찬 포부를 안고 있다.
『아담은 상품성 있는 단순한 캐릭터만로 남지 않을 것입니다. 피노키오는 요정의 도움을 받아 인간이 됐지만 아담은 첨단 과학기술의 힘을 빌어 점차 인간에 가까운 사이버 인간으로 성장할 것 입니다.』
이를 위해 박 사장은 KAIST와 함께 아담에게 인공지능을 부여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생각이다. 먼저 립씽크에 어색한 아담이 실시간으로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자동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을 시작으로 아담이 스스로 판단해 말하고 행동할 수 있을 때까지 첨단 과학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박 사장은 아담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 본궤도에 오르면 아담의 친구나 연인을 만들어 그의 외로움을 달래줄 생각이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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