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보원, 최근 불안상황을 악용한 소비자피해 유형발표

IMF시대를 맞아 환율의 수직상승, 기업의 부도확산, 대량실업 발생 등 경제위기 및 고용불안이 고조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한 악덕상혼이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원장 허신행)은 일부 사업자들의 불건전한 상술에 의한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사회불안심리를 틈타 새롭게 등장하거나 급증하고 있는 악덕상술을 유형별로 분류, 전국민을 대상으로 홍보에 나선다고 19일 밝혔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의해 조사된 악덕상술은 크게 취업난 및 고용불안 틈새를 노리는 악덕 상술을 비롯, 고소득사업 창업, 전업심리, 금융시장 혼란 및 부동산거래 부진상황, 개인 불안심리 및 민간속설, 질병치료 및 불안심리, 거래조건 및 대금결재의 헛점 등을 악용하거나 사회경험 및 사리분별력이 부족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악덕상술과 통신판매를 이용한 악덕상술 등 8가지로 나뉜다.

실제로 P씨는 생활정보지에 게재된 관리직 구인광고를 보고 해당 회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입사 후 확인해보니 관리직이 아닌 수입CD 영업직이었다. 일당 5천원과 월 2백만원 이상의 매출실적을 올리면 일정 수당을 지급한다고 했으나 일당 5천원마저도 고정급여가 아닌 매출에 따른 변동급여였다.

대 처분세일을 가장한 불량품 판매행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O씨는 전철에서 대리점 부도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5만원짜리 카세트를 1만원에 판다는 영업사원의 말을 믿고 이를 구입했다. 그러나 집에 와서 틀어보니 전혀 작동되지 않았고 제품에 표기돼 있는 제조사와 판매사 전화번호는 가짜였다.

가스가 새니 가스레인지를 교환해야 한다며 시중가보다 훨씬 비싸게 판매하는 등 불안심리를 이용한 사례도 있다. 농사일을 하는 L씨는 가스 점검원으로부터 누출점검을 받았으나 점검원은 낡은 가스레인지 때문에 가스가 샌다며 신형 가스레인지를 특별할인가인 15만원에 판다고 했다. 새 것으로 바꾼 뒤 읍내에 가서 확인해보니 그 제품은 8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O씨는 가스점검원이 가스점검을 끝낸 후 날인을 요구해 도장을 찍어주었으나 나중에 알고보니 무료 안전점검에 대한 확인이 아닌 유료 가스누설차단기 설치에 대한 확인도장이었다.

요리강습회, 명승지 관광 등을 핑계로 사람을 불러모은 후 조리기구, 건강보조식품 등을 판매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M씨는 모회사에서 주최하는 요리강습회에 참석했다가 강사의 말에 현혹돼 만능 조리용압력솥을 구입했다. 집에 와서 사용해보니 조리는 물론 밥도 지을 수 없어 여러차례 무상수리를 요구했으나 회사측은 전혀 응하지 않았다.

특히 최근에는 비교적 젊은층인 PC통신 이용자를 대상으로 상품 대금을 선납받아 줄행랑치거나 실현 불가능한 금융 피라미드 사기도 급증하는 추세에 있다.

K씨는 PC통신 장터란의 「도시바 리브레또30, 노트북PC를 72만5천원에 판매한다」는 광고를 보고 대금을 먼저 냈으나 일주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 확인해 보니 판매사는 사무실 없이 착신전용 전화를 사용한 전문사기단이었다.

6천원을 내면 3개월 후 8억원을 번다는 허위 피라미드 광고의 경우 PC통신 이용자라면 최근 한번 이상 안받아 본적이 없을 만큼 PC통신 상에서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한 관계자는 『사회 및 경제불안이 심화되면서 새로운 사업을 찾아나서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이들을 현혹해 피해를 입히는 악덕상술이 급증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거래조건이나 관련법규를 충분히 확인해본 후 판단을 내리는 등의 신중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소보원은 이 같은 유형의 피해사례가 담긴 책자를 발간해 내주부터 전국 각 가정에 배포하거나 매스콤을 통해 홍보할 계획이며 피해구제를 위해 핫라인(080-220-2222)을 개설했다.

<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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