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만난 사람] 한국오라클 강병제 사장

한국오라클의 강병제 사장 집무실은 일반 관리자들의 방과 별 차이가 없다. 권위를 따지지 않는 「자율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는 경영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강 사장은 한국오라클이 설립 9년 만에 매출 1천억원을 넘고 한국의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시장을 석권하게 된 기반이 과감한 권한이양을 통한 책임경영에 있다는 신념을 조금도 버리지 않고 있다.

한국오라클은 이제 토착화된 기업으로서 한국 정보기술(IT)산업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강 사장은 『오라클의 해외사업에 한국 IT업계가 참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으며 그동안 확보한 컨설팅기술도 국내 정보산업계에 적극적으로 이전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올해 제품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국내 산업과 고통을 같이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한국오라클의 성공신화에 대해 소프트웨어 업계가 높은 평가를 하고 있는데 이처럼 빠른 성장의 배경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소프트웨어 사업환경은 매우 열악했습니다. IBM 등 하드웨어 벤더들이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토털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일반화돼 소프트웨어는 단순히 끼워주는 것 정도로만 인식돼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한국오라클이 이 와중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은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우수한 전문인력 확보와 자율경영에 따른 조직의 능력극대화 때문입니다. 제품구성 측면에서는 오라클이 DBMS 단품업체가 아니라 어느 업체보다도 많은 솔루션 제공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한국오라클이 내세우는 자율경영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요.

▲한국오라클에 입사하면 아무도 앞으로 담당할 업무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심지어 회사 내에서 필요한 물품이나 전자우편 ID 신청방법도 모두 알아서 해야 합니다.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 처음에는 더뎌도 빨리 적응하는 지름길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회사의 운영도 모두 자율적인 결정으로 이루어 집니다. 팀장급이 중심이 된 리더그룹(오라클 리더스 커미티)이 사업기획은 물론 예산편성에 이르는 주요 사안을 모두 결정하고 있습니다.

외국기업의 이직률이 매우 높은 것과는 달리 한국오라클의 이직률이 한국기업의 이직률보다 낮은 4%대에 머물르고 있는 것은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높은 만족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에 모든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오라클이 최근 인력을 대폭 보강했기 때문에 인력감축을 단행할 것이라는 소문이 많슴니다. 오라클의 구조조정 계획은.

▲구조조정은 이미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구조조정은 사업조직의 변화를 말하는 것일뿐 국내 기업이 현재 주로 활용하고 있는 감원이나 감봉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조직개편은 산업별 솔루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DBMS 중심으로 영업을 하다 보니 고객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못한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한국오라클이 역점을 두는 사업은 무엇입니까.

▲앞서 말한대로 DBMS보다는 솔루션 영업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전사적자원관리(ERP)와 데이터웨어하우스(DW)가 중심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오라클은 이미 오래 전부터 컨설팅 능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외국의 유력 컨설팅회사에 근무하는 교포 컨설턴트를 적극 영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경제침체로 국내 IT산업 역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한국오라클 나름대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요.

▲오라클의 해외 프로젝트에 한국오라클이 컨설팅을 수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고 특히 오라클 해외지사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한국 정보산업체와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음달 베트남에서 개최하는 정보기술 세미나도 비록 현지 진출한 한국기업체를 대상으로 하지만 국내 정보산업계의 참여 가능성을 열어주는 사례입니다. 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업체들과 고통을 분담한다는 의미에서 환율이 안정화될 때까지 제품가격을 일절 인상하지 않을 방침입니다.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이 나갈 방향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을 말씀해주십시오.

▲소프트웨어를 코어기술분야와 응용소프트웨어분야로 분류해볼 때 많은 노력이 드는 핵심기술보다는 응용분야에 보다 주력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응용프로그램만으로 30억달러 매출을 올리고 있는 SAP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또 SW가 세계적인 제품으로 성가를 올리기 위해서는 비록 소규모로 투자하더라도 정보기술의 본고장인 미국 실리콘밸리 진출에 힘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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