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38)

삐...... 또 다시 무선호출기가 울었다.

사내는 앉은 채 그대로 있었다. 잔뜩 긴장한 채 무엇인가를 기다리듯이 그렇게 있었다. 자신의 옷이 걸려 있는, 무선호출기가 울리는 옷장을 바라보며 그렇게 있었다.

삐...... 무선호출기가 다시 울었다.

사내는 계속 그렇게 앉아 있었다. 엉거주춤 사내의 등뒤에 앉아 있던 여인이 답답한 듯 이야기했다.

『옷 내드릴까요? 중요한 일이면 전화번호 확인하고 전화하세요. 무선전화기 갖다드리겠습니다.』

『아니오. 그냥 두시오.』

여인은 난처한 듯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도대체 뭔가.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여인의 눈길이 사내의 앞쪽을 향했다. 여전했다. 옷을 벗기 전부터 솟구쳐 있던 사내의 그것은 여전히 꼿꼿하게 서있었다. 여인은 다시 한번 자신의 몸이 자르르르 무너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삐...... 다시 무선호출기가 울었다.

순간, 사내가 자세를 바꾸었다. 표정도 바뀌었다. 긴장이 풀린 듯했다. 기다림이 끝난 듯 했다.

환희와 고통. 밝음과 어둠. 안과 밖.

억누를 수 없는 기쁨과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한데 어우러진 듯한 표정으로 변했다. 자신이 여인에게 말했던 프로메테우스의 표정이었다.

사내는 쓰러지듯 침대로 엎드렸다.

『계속할까요?』

『해주겠소?』

여인은 사내의 그 말을 들으며 침대로 엎드리는 순간 보았던 꼿꼿하게 서있는 사내의 그것을 떠올렸다. 다시 온몸이 무너지는 듯했다. 여인은 대답대신 사내의 등에 다시 로션을 바르고 벌거벗은 자신의 몸에도 발랐다. 그리고는 엎드려 있는 사내의 등위로 올라섰다. 이번에도 거꾸로였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천천히, 하지만 아까보다 더 밀착된 상태로 움직였다.

엎드린 채 사내가 말했다.

『아가씨, 성이 뭐요?』

사내의 발바닥을 입술로 애무하다 말고 여인이 되물었다.

『성이요?』

『그렇소. 이름 성이 무엇이냐는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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