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팩의 "디지털 인수"-컴퓨터업계 사상최대 합병

지난 26일(현지시각) 전격 발표된 컴팩의 디지털 이퀴프먼트 인수합의는 「예견된 놀라움」이었다.

양사간의 합병협상은 이미 2년여동안 물밑으로 끈질기게 진행돼 왔고 그 과정에서 디지털이 컴팩에 넘어갈 것이라는 소문은 컴퓨터업계에 끊임없이 나돌았지만 조건과 시기가 문제였다.그러던 것이 현금과 주식 합쳐 96억달러에 넘긴다는 조건이 합의되면서 협상은 급진전됐고 결국 컴퓨터산업 사상 최대의 합병을 탄생시킨 것이다.

이로써 컴팩은 지난해 중대형 서버업체인 탠덤에 이어 디지털까지 흡수함으로써 단순한 PC업체가 아니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킹, 컨설팅서비스 등을 망라하는 명실상부한 컴퓨터시장의 거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디지털의 강력한 글로벌 서비스체제와 유닉스서버분야에서 갖추고 있는 기술력은 컴팩이 엔터프라이즈 컴퓨팅업체로 부상하는 데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90년대 초만 하더라도 존재가 거의 미미했던 컴팩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94년부터. 세계PC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면서 컴퓨터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컴팩은 이를 기점으로 숨가쁜 성장세를 기록해 왔고 지금까지 자타가 공인하는 PC시장 일인자로 군림하게 됐다.

그러나 컴팩을 세계 제일의 PC업체로 키운 에커드 파이퍼 회장의 야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파이퍼 회장은 이미 지난 96년 컴팩을 단순한 PC업체가 아닌 IBM이나 휴렛패커드(HP)와 같이 종합적인 정보기술(IT)업체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천명하고 매출규모도 4백억달러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의 이러한 매출목표는 1년뒤 다시 1백억달러가 늘어나 5백억달러가 되었다. 이렇게 되면 컴팩은 IBM, HP와 함께 컴퓨터업계의 「빅3」대열에 끼게 된다. 특히 하이엔드급 엔터프라이즈 컴퓨팅분야에서의 기술력과 서비스지원이 취약했던 컴팩으로서는 이 분야를 보강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이와 함께 PC에서부터 중대형 서버, 메인프레임, 네트워킹, 컨설팅서비스에 이르는 전방위체제를 갖추기 위한 컴팩의 노력은 줄기차게 진행돼 왔다.

견실한 재무구조로 어느 업체보다 많은 현금을 보유해 관련업체들의 인수 및 제휴를 강화해 왔고 특히 지난해 30억달러규모의 탠덤 인수를 통해 엔터프라즈 컴퓨팅업체로 부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놓았다. 또 디지털과는 그동안의 인수협상과 별도로 이미 95년부터 서비스 분야에서 아웃소싱계약 방식의 제휴를 맺어 왔다. 그러던 것이 이번 인수를 통해 이 사업을 직접 총괄하는 이득을 얻게 된 것이다.

그리고 컴팩은 디지털의 유닉스 서버 및 워크스테이션뿐 아니라 1천6백여명에 이르는 윈도NT 인증 엔지니어와 3천여명의 유닉스 전문가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아무튼 컴팩과 디지털의 이번 합병은 관련 컴퓨터업계에 일파만파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특히 IBM과 HP에는 강력한 위협이 될 전망이다.

<구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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