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28)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던 불길.

여인은 어젯밤의 시간을 그 불길로 정확히 기억할 수 있었다. 사내가 육체적 행위를 요구하며 소리소리 질러대던 때가 광화문 네거리 맨홀에서 솟구치는 불꽃이 녹화되어 방영되던 뉴스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서로의 눈빛이 겹쳤다.

사내는 일단 말을 그쳤다.

『정말 서비스받지 않아도 괜찮겠어요?』

『괜찮아요. 오늘은 그냥 있다 가겠습니다.』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곳에 온다는 자체가 이미 다 벗자고 오는 것 아닌가? 어젯밤 소란을 피운 것도 결국은 욕구충족을을 위한 것이 아니었는가? 지금 사내의 한 가운데가 불룩하게 솟아오른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사내가 다시 말을 시작했다. 여인의 종아리부터 장딴지, 허리, 가슴까지 더듬고 난 후였다.

『파라바하는 조로아스터교의 탄생과 교리 모두가 응축되어 나타나고 있소. 파라바하라는 단어는 고대 아베스타 경전에서 처음 등장하는데, 원어는 프라쇼 케레티(Frasho Kereti)로 신에게 가까워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소. 불교의 윤회설과는 다르지만 인간이 죽고 다시 탄생하는 과정 속에서 진보를 거듭하여 선의 요소가 강화된다는 뜻이오.

파라바하의 중심에는 원이 하나 있소. 이 영혼은 계속 진화하고 발전하기 때문에 날개가 필요하오. 각 날개에는 5층으로 된 깃털이 있소. 조로아스터가 부르던 5개의 성가와 인간의 오감(五感), 다섯으로 나눈 하루의 길이를 나타내고 있소.

파라바하의 두 다리는 선과 악, 두 개의 대립되는 존재를 상징하고 있소. 이 둘 사이에서 인간은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는 것이오. 자유의지가 발동되기도 하지만 각각의 힘에 의해 끌려가기도 하는 것이오. 또한 파라바하의 꼬리는 일종의 방향키를 상징하고 있소. 이 꼬리 역시 3층의 깃털로 덮여 있는데,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아까 이야기했듯이 선한 생각, 선한 말, 선한 행동을 상징하고 있소.

파라바하의 머리는 지식의 원천으로서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에게 복종이냐 불복종이냐 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상징하고 있소. 인간에게 자신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오. 기존의 고대 종교가 대부분 신본주의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데 반해 파라바하는 인간에게 선택권을 주고 있는 것이오.

인간에게 신을 선택할 권리를 준다는 것, 선과 악에 대한 자유의지, 그것이 바로 파라바하의 꿈이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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