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사상 처음으로 국내 가전시장이 역신장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도 전반적으로 10% 가량 수요가 줄어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국가경제를 강타한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는 침체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전업체들의 노력을 일순간에 무너뜨린 데 이어 그 여진이 올해에도 짙은 그림자를 드리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일부 제품의 특소세가 오르고 수입선다변화제도마저 예상보다 빨리 해제됨에 따라 국내 가전업계는 말 그대로 내우외환의 시련을 맞고 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올해 국내 가전업계는 내수시장에서 매출보다는 수익성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공격적인 수출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안팎으로 도전을 받고 있는 국내 가전산업계의 올해 기상도를 품목별로 조망해본다.
<편집자>
지난해 말 내수가 급격히 위축되는 바람에 전년보다 5만대 이상 줄어든 TV시장은 올해도 5∼10% 줄어드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TV시장의 성수기라고 할 수 있는 1, Mbps분기에 경기가 호전될 조짐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TV시장 규모는 2백만대를 간신히 넘기는 정도가 될 것이라는 게 가전3사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가전업체들의 매출 역시 지난해보다 5∼10% 줄어든 7천5백억원대(출하가 기준)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확실한 주력제품으로 자리잡은 29인치를 중심으로 대형제품의 판매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겠지만 소비자들이 동급제품 가운데서도 고급형보다 50만원 이상 저렴한 보급형제품을 선호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2년 동안 판매대수는 줄었지만 대형제품 수요가 늘어 매출에서는 현상유지를 해왔던 가전업체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프랑스 월드컵 등을 호재로 활용해 33인치 이상 초대형TV, 광폭TV, 프로젝션TV에 대한 판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얼어붙은 구매심리를 녹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당초 예상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6만여대가 팔린 광폭TV는 올해 가전업체들이 구색을 다양화하고 보급형제품을 늘릴 계획이지만 수요확대의 관건인 통합방송법안조차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실정이어서 기껏해야 10만대 수준으로 늘어나는데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3, 37인치 초대형TV와 프로젝션TV는 오는 99년까지 진행되는 교단선진화작업으로 인해 20만대 안팎의 교육용 특수를 기대할 수 있으나 조달청 납품가가 소비자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책정됐기 때문에 가전업체들이 수익성을 개선하는데는 도움이 되지않을 전망이다. 또 프로젝션TV에 대해서는 올해부터 특소세가 30%로 인상되기 때문에 일반소비자들에 대한 판매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가전업체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들어 교단선진화 납품용 영상기기에 대해서만이라도 정부가 특소세를 면제해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11월까지 19억달러의 실적을 기록해 96년에 비해 무려 32%나 뒷걸음질 친 컬러TV 수출은 올해 크게 호전될 전망이다. 가전업체 수출담당자들은 환율급등으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독립국가연합(CIS), 동유럽, 중남미 등 그동안 기반을 닦아놓은 신시장은 물론 선진국 시장에서도 다시 한번 기지개를 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은 올 하반기부터 지상파 디지털방송이 개시되는데다 작년 말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TV에 대한 반덤핑조사를 철회하기로 했기 때문에 디지털TV를 상품화한 국내 가전업체들은 미국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 국산 TV수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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